84.4.6
그동안은 악몽이였다.
여러 헤매임에 나의 갈 바를 몰라 당황하고 고민했었다.
봄이 지나간지도 제법 된 듯한데
아무래도 봄바람이 내 마음에 스며들어 머물고 있는 듯 하다.
정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
아니 혼자만이 간직하고픈 소녀의 고민..
어쩌면 행복한 시절의 고민일 수도 있겠지.
착잡하다.
나는 고요하지 못하고 일렁이고 있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거센 울렁임인 듯하다.
그래서 조금은 불안하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정말 알 수 없는 17세의 고민..
집집마다 담쟁이 넝쿨이 우거져 그윽한 장미향내를 풍기고 있다.
빨간 아주 예쁜 장미 한송이를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주 나쁜 마음을..
용서하소서..
나의 엄마 아빠..그리고 어린 동생들..
이 세상 전부와 하늘과 땅과도 비길 수 없는 내 사랑의 전부..
지금 유모레스크가 아름드리 흐르고 있다.
내 사랑의 잔 음결을 싣고..황홀하게..♪~~♬~~
사랑..
정말 이 지구상에 사랑이란 단어가 없었더라면
이 세상은 저 서부의 황량한 벌판과도 같이
삭막한 먼지 바람만이 일고 있을테지..
눈물도 감정도 메말라버린 그런 세상..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콘크리트에 둘러쌓인 이 삶이 가혹하다고 느껴진다.
어쩌다 보드블록 사이를 헤집고 생겨난..
먼지에 싸인 뽀얀 풀잎을 보노라면 차라리 삶의 찬미를 느낀다.
차라리 아름답다.
비록 겉이야 속세의 먼지에 절었다 하더라도
마음만은 태고적과 변함없이 저렇덧 프르니..
나도 푸르게 살리라..
그렇게만 살고 싶어라..
푸르게..
- 열일곱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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