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이였어요.
우나의 목소리.. "아빠, 시골할머니 전화예요."
난 새벽녘에 글 올리고 ..휴일이라고 괜한 늦잠에 빠져 비몽사몽인 채..이랬지요.
"오늘 누구 생일도 아닌데 왠일이시지?"
어머님께서 이른 아침에 전화 오시는 경우는 가족들 생일때이지요.
"미역국 먹었냐? " 하시며 생일을 꼭 챙겨주시지요.
근데요..참참 무딘 나는 .. '누구 생일도 아닌데 왜..'그러면서
우나랑 내남자가 깨어 왔다갔다 하길래
한 숨 더 자고 싶어 몽유병 환자처럼 우나방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데..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마시던 내남자가 이러더군요.
"오늘 아침에 육개장 먹고 싶은데.."
내가 쌀쌀하게 이랬지요.. "육개장 재료 하나도 없거든요."
속으로' 이틀전에 육개장 먹었는데 무슨..' 하며
우나 침대 속으로 쏘옥~ 들어가 달콤한 잠속에 다시 빠져있는데..
얼마나 지났을까요?
"엄마 어디 계시니?"
"내 방에서 주무셔요."
설핏 잠이 깨었지만 못들은 척 달콤한 아침잠의 여운에 잠겨있는데..
내남자가 내 뺨을 톡톡 건드리며.. "야 임마, 오늘 내 생일이야."
"엥? 무슨..설마..장난치는거겠지."
그러다가 후다닥 일어나 ..
"우나야 달력..달력 가져와봐 빨리.."
순간 잠이 확 달아나는 거 있죠.
눈을 닦고 몇 번을 봐도 ..
정말 음력 7월 24일..내남자 생일이네요.
아~~ 꿈이기를.. 달력이 잘못되었기를..
우나는 기가 막힌 듯이 웃으며..
"엄만 무슨 부인이 남편 생일도 몰라요? 부인 맞아요?"
"그러는 너는 뭐하고 있었냐? 딸씩이나 돼 가지구.."
괜히 미안한 우리는 서로 타박만하구..
망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이번엔 진짜 할 말이 없다.
작년엔 어머님 전화를 내가 받아 아슬하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내남자 표정을 슬쩍 훔쳐 보니..
그래도 우리의 이런 놀라 미안해 하는 모습이 재미난지 실실 쪼개고 있다.
다행이다..화가 나거나 삐친 거 같진 않으니..
휘리릭~~자전거 타고 마트로 달려간다.
'육개장 먹구 싶댔지..그거라도 해줘야지..'
참..참..내가 생각해도 참 너무했다..
가끔씩 내남자가 이러지..자긴 아직 삼십대라구..
생일상을 한 다섯번쯤 못 받았으니..그만큼 나이를 덜 먹었다구..
그렇게 따진다면야..난 참 착한 아내이지..
남편 나이 먹을까 봐..생일상 자주 까먹어주는..
저녁엔 자전거를 타고 라페를 가로질러 뚜레쥬르로 생일케잌을 사러갔다.
후아~~라페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자전거가 빠져나갈 틈이 없다.
요리조리 사람들 틈새를 공략해서 내남자의 생일케잌을 사 왔는데..
저녁에 케잌에 불을 붙이려니 초가 스물다섯살이다.
내가 분명 사십 오라고 얘기했는데..
어찌되었든 나는 이번엔 내남자를 스물 다섯살로 만들어 주었다.
오후엔 춘천 큰 아주버님이랑 둘째 아주버님이랑 삼형제가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그렇게 형제들만의 생일파티를 하려나 보다.
유난히 의가 좋은 형제들..형들이라면 꿈뻑하는 내남자..
행복해져서 귀가했음 좋겠다.
우나랑 쏭이도 걱정이 늘어졌다.
"무슨 선물을 해드리지? "
"엄마 ..아빠 선물 뭘 해드리면 좋을까요?"
"글쎄..마음이 담긴 게 좋겠지..편지를 쓰면 어떨까?"
"쏭이야..우리 이쁜 편지지 사러갈까?"
"엄만 뭐 하실거예요?"
"엄만, 엄마자체가 선물 아니겠니?"
기막혀하는 울 딸들..그냥
"아? 네~ 네에~'"
그렇게 우나랑 쏭이는 아빠께 편지를 쓴다.
한 3분만에 휘리릭~써 온 쏭이..
반면.. 지방 문을 잠그고 장장 세 시간이나 써내려간 우나의 깨알같이 빼곡한 편지..
나중에 우나가 아빠께 쓴 편지를 보구 난 ..눈물이 핑그르르~~
거실 구석에서 몰래 눈물 몇 방울을 훔쳐야 했다.
우리 딸이 이렇게 컸구나..기집애 다 컸네..
스무살이 되어도 철 안들면 어쩌나..내심 걱정도 했었는데..
이젠 걱정 안해도 되겠네..
언제 이렇게 마음의 키를 늘리고 있었던 걸까..?
우리 딸이 아빠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었구나..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었구나..
자식 키운 보람이라는 게 이런걸까?
딸의 편지를 읽어내려간 내남자도 그러했을 것이다.
온 가슴으로 행복의 느낌이 번졌을 것이다.
생애 가장 행복한 생일선물을 받았을 것이다.
아~ 눈물이 흐른다. 너무 행복하여..
내 눈에 드디어 행복눈물이 흐른다..
- 벗 님 -
올해는 윤달이 껴서 늦어졌나요?
ㅎㅎ 어쩜 저를 보는 것 같네요..
저도 아마 울랑 나이 서너살은 줄였을거예요
올해는 25살로..
마음만으로도 싱싱해서 좋으셨겠어요
생일 뭐 그거 별거야 그리말은 해도
생일날 알아주는 이 없으면
그처럼 쓸쓸하고 섭섭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두 따님의 감동어린 편지 받으시고
랑님도 그러하셨겠지요..
행복 눈물 주루룩~~
랑님 생일을 맞아 더욱 건강 하시고
많이 행복한 날 되시고
늘 평화와 웃음꽃 피어나는 가정 되시길.......^^
소운님도 그러세요..?
아~ 다행이네요..
저만 이리 무심하고 한심한 아내인 줄 알았는데..
아? 그렇다고 소운님이 그렇다는 얘긴 아니고요..ㅋ~
어쨌거나 동지를 만나 기쁩니다..^^*
참~~어찌 초가 저리 넣어졌는지..ㅋ~~
그냥 웃고 넘어가주니 다행이긴 한데..
저날..이래저래 미안해 죽는 줄 알았어요..
벗님 ..얼핏 보면 야무져 보인다 그러시는데..
그거 다 .. 속고 계시는거예요..
을매나 엉성하고 엉터리인지..ㅋ~
우리 우나의 편지를 읽고 ..
저는 진짜 감동 먹었어요..
남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편지글인지 모르겠지만..
전..아가같기만 하던 나의 딸이..
그렇게 생각이 깊다는 사실에 얼마나 흐뭇하던지요..
고마워요..소운님..
늘 다정하신 마음..^^*
아름다운 가족
행복한 가정
예쁜 부부로 오래오래
행복의 눈물 흘리는 날들이시길....
하하하, 벗님
정말 너무 하셨어요
어떻게 신랑 생일도 잊고 사시남요
그리고 뭐
나이도 20대로 팍~~~젊게 하시고...
암튼 아름다운 부부십니다요~~^*^
그래도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그리고 벗님은 뭐하셨어요^^
벗님 마음담은 음악과 함께 하는 잔치
케잌도 잘 먹었읍니다..
내년엔 꼭 잊지마시구 잘 챙겨 드리시길..ㅎㅎ
단미님도 혹~~그러신 적 있으세요..?
참..나조차 황당하답니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일 년에 달랑 한 번 인데..
진짜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네요..>.<
내년엔 진짜루..잊지 않을거예요..
내년 이맘때쯤..살짝 귀뜸해 주실래요..? ㅋㅋ~~
본의는 아니었지만 지나고 보니 여간 후회스럽지가 않더라구요..ㅠㅠ
나이드는가 봐요..
머리 희끗해지는 모습 볼때면 안스럽구..
..한번도 같은 날은 없는거니까..^^
참 아름다운 가정의 멋진 생일날의 이야기... 단아하고 이쁜 가족들
사랑을 다북하게 쌓아놓고 촛불을 밝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야무지고 빈틈이 없어 뵈던 벗님이가 실수한 것 보니 괜히 기뻐요
가끔씩은 실수하는 사람이 다정다감하게 느껴져요 인간적이고....
쏭이네 집에 쏘옥 끼어들어 행복을 훔치고 싶어요
넘 이쁜 가족들의 행복짓는 소리가 솔솔솔 언제나 그렇게 사세요*
다들 그렇게 알고 계시더라구요..
벗님이 야무지고 똑 불러질거라고..
아니랍니당
벗님 무지 허술하고 얼렁뚱땅이고..못하는 게 너무 많은 엉터리랍니다.
학교 때도 음악선생님마다 노래 잘 할 거 같다고 시키시는데..
에휴제가 젤로 못하는게 그건데요..
제가 위장을 잘 하는가 봅니다.
앤님은 음가끔 그냥 편하게 언니라 부르고 싶을 때가 있긴 한데..
몇월생이세요..
혈액형은요..
무슨 젊은 애들 미팅 때 하는 질문같지요..
문득 궁금해서요..^.*
블로그상에서 이런 때 기분 젤로 좋아요
다정하고 든든한 언니가 있날마다 행복할거야
블로그는 이래서 멋진 놀이터 공유하는 생각들로 통하는 마음이 이어지니
그 기쁨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된다우..
참 혈액형은 A형 생일은 겨울이 깊은 12월 말
후후 그렇군요 나도 벗님이의 탄생일이 굴ㅇ금해지고 혈액형까지도 .
그럴때가 종종 있지요.생일보다 중요한건 늘~~그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
가장 좋은거지 그렇다고 이벤트를 안해도 된다는건 절대로 아니고..ㅎㅎ
남편 생일을 까먹는 것도 어찌보면 귀엽네요..
딸들도 넘 이쁘구...케익 맛있겠당!!!
제대로 사시고 계시네요~^^*
생일 좀 까먹으면 어때요
때론 그래서 더 미안해 할 수 있고
또 고마워 할 수 있고 그런거 같아요~
남편님 생일 축하해요~
생일날 육계장은 드셨는지요? 크~~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행복이 묻어난 가족...
이쁜 가족...
사랑스런 가족...
늦었지만,
남편분의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벗님님!~♡
딴 글들 많이 읽고 왔더니만 별로 놀라지도 않는 마음되네요.
자충자돌, 자기가 문제 내고 자기가 풀기. 벗님특기. 벗님 개인기...
안스럽기도 하고 때려 패주고 싶기도 했을 만큼 이쁜 여자앞의 그 남자.
그 남자의 굳건함을 위하여!
(건배 하세여.얼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