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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낮잠 산행-북한산

by 벗 님 2009. 8. 31.

 

 

 

 

 

 

"산행시간만 일곱시간인 지옥산행이데 갈래?"

"네..언니 별일 없으면 갈게요."

 

벌써 저만치나 앞서가는 일행들..

컨디션이 좋지않은 샤론언니는 나보다 더 쳐졌다.

 

 

 

 

 

돌탑에 소원의 돌멩이 하나 얹을 겨를이 없다.

숨이 턱까지 차오고 다리에 힘들다는 신호가 온다.

이제 겨우 출발선상에 섰을 뿐인데..

 

특별히 산을 잘 타는 정예맴버들만의 지옥산행..

혹여 초보인 내가 민폐라도 될까 해서얼마나 열심히 쫓아 왔는지.. 

여유롭게 나를 기다려주는 일행들..

 

 

 

 

 

 

알바..라고 그러던데..

산행 중에 일행들과 길이 엇갈려 헤매이는 경우..

알바뛴다..라는 표현을 쓴다.

 

아~~고작 일주일 전인데..

동행한 일행들의 닉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중간에서 헤매이는 한 분을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

 

 

 

 

 

 

오늘의 대장님..

나랑 동갑이란다..

그래서일까..나를 많이 챙겨주었다.

하행길엔 여유롭게 얘기도 많이 나누고..

 

 

 

 

 

 

형제봉 위에서..

 

거의 한 시간을 헤매다 합류하게 된 한 분을 기쁘게 바라보는 일행들..

얼마나 헤매였을까?

엄마 잃은 아이심정이였다며..우스갯 소리를 하신다.

 

 

 

 

 

 

형제봉 능선 중간쯤에서 소박하나 푸짐한 산정만찬을 즐긴다.

사실..산행 중에 난 이 시간을 제일 기다리고 사랑한다.

샤론언니는 산에만 오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그러지만..

나는 자꾸 배가 고프던데..

 

 

 

 

 

 

이 산행 대장님만의 컨셉..

점심식사 후 산정에서의 낮잠..

다들 자리를 깔고 누울 자리를 찾는다.

 

처음엔 웃겨서 깔깔 ~~대며 웃었다.

밥 먹고 바로 잠을 자다니..산행 중에..

 

 

 

 

 

 

샤론 언니 옆에 나란히 누워본다.

햇살에 반짝이는 잎새들..

바람에 서걱이는 잎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나도 까무룩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산정에서의 낮잠..권해드리고 싶다.

무지 달콤했다는..

 

 

 

 

 

 

동행인들..하나같이 좋은 사람들..

 

산이 인연이 되어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들 산 처럼 넉넉하고 푸근하다.

 

 

 

 

 

 

형제봉 능선을 타고 대성능선을 지나 도착한 문수봉..

히야~~~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 앞으로 보이는 세월에 깍이고 다듬어진 봉우리

그 봉우리 너머로 보이는 산 줄기와 사람사는 세상..

높은 곳에서 내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나는 인간이 참 위대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그 모든 이기와 위선과 파괴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위대한 존재야.

봐..저렇게 많은 것들을 이뤄냈잖아.

 

 

 

 

 

 

의상능선..저 능선을 타기로 했다.

그러나 오늘 몸컨디션이 좋지 않은 샤론언니의 반란으로..아쉽게 포기..

사실..나도 반반의 마음이였다.

저 능선을 타고싶다는 오기와 더 이상은 무리라고 신호를 보내는 비겁 사이에서..

 

 

 

 

 

 

오늘 알바 뛰느라 우리 두 배로 고생을 하신 분..

아쉬운 듯 의상능선의 수려한 줄기를 바라보신다.

 

 

 

 

 

 

오늘의 예정코스를 설명해주는 대장님..

누구보다 아쉬운 맘이 컸으리라..

 

샤론 언니는 혼자 계곡에서 기다릴테니

우리끼리라도 타라..하지만..

 

 

 

 

 

 

결국 의상능선은 포기하고

하행길 시린계곡에 지치고 땀에 절은 몸을 담그는 사람들..

 

몸을 담그라고 하도 유혹하는 바람에..나도 풍덩~~

참 짜릿하고 시원했어. 내 생애 처음의 알탕..

그렇게 흠씬 젖은 몸은 하행하는 중에 포송하니 말라갔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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