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산 이야기

숨은벽에서 노적봉까지

by 벗 님 2009. 9. 9.

 

 

 

 

 

샤론 언니도 나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을 만큼..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산행하기 전 필수코스..준비운동..

 

대장님의 구령에 맞추어 뻐근한 몸을 유연히 풀고 있다.

 

 

 

 

 

 

나를 포함해 오늘 처음 오신분들..어찌 여자분들만 오셨네..

 

대장님과 기념촬영..난 물론 부재 중..

 

 

 

 

 

 

"송화 ..오늘은 긴장하지 않아도 되겠네." 샤론언니의 말씀..

 

웬걸..이건 거의 암벽등반 수준에..

산행을 20대 때부터 하셔서 햇수도 까마득하다는..

대장님의 빠른 보폭에 맞추려 하니..

이건 완전 지옥산행..

 

 

 

 

 

 

샤론 언니도 다른 맴버도 다들 뒤로 쳐져 보이지 않는다.

나와 총무인 삐삐언니만이 부지런히 대장님을 쫓는다.

삐삐언니는 무조건 정상을 향해 오르고 오른다고..

 

나 또한 멈추고 싶지않고 뒤쳐지고 싶지 않기에..

심장이 터질 듯이 헉헉거려도 오르고 오른다.

 

 

 

 

 

 

 

 먼저 도착한 대장님과 내가 쉬고 있는사이..

저 아찔한 바위능선을 타고 뒤늦게 오는 샤론언니와 일행들..

샤론 언니는 오늘도 맨발산행이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숨은벽..

설마 저 곳을 오르는 건 아니겠지요?

 

저 꼭대기 까지는 아니라도 저 바위능선을 타야한단다.

미치겠다.."저 곳을 어떻게 가요?"

가보면 무섭지 않으니 괜찮다고..

 

 

 

 

 

 

숨은벽 아래 도착하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저 암벽을 오를 준비를 한다.

 

저 아뜩한 암벽을 타고 저 정상에 섰을 때의 희열감..

아마 그 짜릿한 흥분과 성취감에..

저들은 오늘도 오르고 오를 것이다.

 

 

 

 

 

 

저 암벽을 오르겠다고 준비하는 사람들..

도대체 저 곳을 오를 생각을 어찌 하였을까..?

 

별다른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들..

늘상 있는 일인 것처럼..

 

 

 

 

 

 

숨은벽을 오르는 사람들..

여자분들도 몇 명 보였는데..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한 저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는 사람들..

 

그들의 도전과 열정에 감탄만 나온다.

저들의 도전이 아름답다 느껴진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

바위를 혼자 오르겠다는 삐삐 언니..

삐삐언니가 ..송화 잘 한다..너무 잘한다.

초보인데 산을 잘 탄다고 자꾸 나를 칭찬해주신다.

 

그 말에 신이 나서..

나도 저 바위를 올라 대장님 뒤로 보이는 호랑이굴까지 탐사하고..

 

 

 

 

 

 

거의 엎드리다 시피하고 50미터 가량 들어간

굴의 끝간데는 그야말로 비경이다.

인수봉이 손닿을 듯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와아~~감탄할 새도 없이 ..

맞은편에서 지키고 섰던 경찰들에게 혼나고..혼비백산 철수..

걸리면 벌금 50만원..사실 위험하지만 

그 비경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였다.

 

 

 

 

 

 

산정에서의 만찬..

너무 지쳐 그런가..입맛이 없다.

그래도 나는 먹는데 샤론언니는 밥을 먹지 않는다.

먹다보니..대장님 밥을 반이나 뺏어먹었다.

 

 

 

 

 

 

오늘 처음왔다는 충청도 사투리가 걸쭉한 언니..

하는 이야기마다 웃겨 쓰러질 지경이다.

난 정말 쓰러졌다.

 

그 이야기 혼자만 알기엔 아깝지만 ..

차마 내입으로 말은 못하겠고..

입은 근질거리고..

 

 

 

 

 

 

백운대에 올랐다 내려오는 일행들..

내남자와 처음으로 올랐던 북한산의 봉우리가 저 백운대였다.

북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내남자가 그랬지.

북한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올랐으니 다음엔 다른 산엘 가자고..

지금 생각해보면..웃음 나는..

북한산..오르고 올라도 무궁무진한 코스와 묘미가 있는 산..

 

 

 

 

 

 

인수봉을 오르는 사람들..

보이시나요? 저들의 도전과 열정이..

 

느껴지시나요?

정상에서의 희열과 짜릿한 성취감이..

 

 

 

 

 

 

 백운봉을 오르는 사람들..

 

언젠가 인수봉 아래를 지나가며 내남자가 나더러

"당신 산을 잘 타니 암벽등반 저거 한 번 해봐. 내가 팍팍 밀어줄게."

 

'내가 미쳐..내가 얼마나 겁장이인데..저걸?'

 

내남자는 내가 보통사람의 배로 겁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무엇이든지 내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길 바라는 내남자..

 

 

 

 

 

 

 

 

 

 

 

 

 

 

노적봉에서 바라본 백운대와 만경대..그 사이의 인수봉..

 

저 멀리로 봉긋이 아침에 뜨는 해 같은 것이 인수봉이다.

마치 산과 산 사이에 아침해가 떠오르는 듯한 형상이다.

 

노적봉도 금지구역이다.

샤론언니랑 다른 일행들은 미리 하산하고..

나는 대장님을 따라 모험처럼 노적봉에 올랐다.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을 볼 수 있는 노적봉..

 

내 평생에 또 언제 올라볼 수 있을까?

기회란 늘 오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오늘 무리수를 둔다.

 

 

 

 

 

 

 

 

 

 

 

 

 노적봉을 내려와 오솔길 같은 예쁜 산길을 걸으며..

대장님은 중얼중얼 시도 읊고 흥얼흥얼 콧노래도 부르고..

이십대 대학시절..

산행모임에서 만난 첫사랑 여인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시고..

지금도 산을 탈 때면..

혹시 우연히라도 마주칠까..하는 기대를 가진다고..

 

이루지 못한 사랑이..못내 그리 안타까운 것일까?

30년의 세월을 거스를만큼?

 

 

 

 

 

 

 어김없는 뒷풀이 ..

따로이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이 산행팀엔 부부가 두 쌍이나 있다.

참 이쁘고 젊은 신혼부부와 참 인상좋은 중년의 부부..

 

부부가 함께 산행도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큰 양푼이에다 밥을 비비는 대장님.. 

비빔밥을나누고.. 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그렇게 한 잔술로

몹시 힘들었으나 몹시 짜릿했던 산행의 피로를 달래본다.

 

산이 좋아..사람이좋아.. 

어제의 시름은 오간데도 없이..좋아..

 

 

 

 

- 벗 님 -

'♥삶 >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성곽순례1-낙산   (0) 2009.10.05
내남자와의 산행-소요산  (0) 2009.09.17
내남자와의 산행-북한산 대동문  (0) 2009.09.04
낮잠 산행-북한산  (0) 2009.08.31
산꾼들의 쉼터-예봉산   (0) 2009.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