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행..
장암역 9시 30분..
산행일정 문자가 날아왔다.
아이들 방학도 하여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내남자에게 슬쩍~ 산행이야기를 꺼내니 다녀오라 한다.
미안함 반..반가움 반..
그래..이번에만 다녀오는거야..
장암역까지..완전 끝에서 끝..
샤론 언니는 걱정되는지 갈아타는 역을 몇 번이나 상세하게 일러준다.
중간에 오느라 고생많다는 위로문자도 살짝 날려주고..
참 좋은 샤론 언니..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고 거의 두 시간만에 도착..
처음 뵙는 분도 계시지만..낯익은 분들..
훗~~버선발로 반겨들 주신다..
산행인들의 필수품인 막걸리..
거의 매주 산행을하시는 윤사마님 배가 저리 살짝 나오신 것도
아마 막걸리와 산행 후의 뒷풀이 탓이리라..
산행 중간중간에 쉬면서 한 잔씩 들이키는 그 맛..
그냥 시큼한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던 막걸리..
산행하면서 캬아~~감탄사가 나오는 그 참맛을 알아가고 있는 중..
조금 뒤쳐져 오시는 우리 일행들..
제일 오른 쪽이 오늘의 산행대장님이신 청풍님..
어찌나 산을 잘 타시는지..
항상 저만큼 먼저 가셔서 뒤쳐지는 우리를 기다려주신다.
아마 본인은 산행이 지루하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비님이랑 옆에 두 분은 저번 우중산행에 동행하신 분들이다.
산 아랫자락에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준비운동을 하기 위해 배낭을 내려 놓는다.
지난번 첫만남에서 어색하던 사람들..
그 사이 친숙해졌는지..
내 맘이 한결 여유롭고..편안하다..
가을비님과 청풍님..
무슨 이야기에 저리 즐거우신지..
가을비님 배를 보고 산달이 언제냐고..?
샤론언니는 매번 놀리신다.
저 배도 술배..참참..남자분들 술을 어찌 그리 사랑하시는지..?
오늘 처음 뵙는 청풍님..
음..역시 젊음은 그만큼의 풋풋함으로 인해 보기에 좋다.
산 중턱쯤에서 바라다 보았을까..?
병풍처럼 펼쳐진 산자락 위로
흐르는 듯 멈추어선 구름이 이쁘다.
저 멀리로 관악산과 도봉산이 보인다.
관악산은 올 봄에 내남자랑 함께 올랐었고..
도봉산은 내남자가 홀로 올라보고는
너무 힘이들었다고 말하던 그 산이다.
아마 꽃샘추위 몹시 매섭던 날에 올라서 그리 느꼈을 것이다.
다음 산행예정지가 저 도봉산이라 하는데..
아쉽다..한 번 올라보고 싶은 산이였는데..
이 산..조금 미운데요..
너무 가파르고 힘이 들어 내가 자꾸..
산이 밉다고 궁시렁거린다.
산행초보인 내가 만난 산 중에 가장 가파르고 바윗길이 많은
조금은 힘든 산..
저번 내아이들과 멋모르고 올랐던 운악산이
다들 가파르고 힘들다 그러지만..
난 이 수락산이 그렇다..그나마 높지 않아 다행이다.
계곡물이 흐르는 산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며..
누군가가 사 온 찐계란과 오이로
갈증과 허기를 달랜다.
산에서 먹으면 산향이 가미되어선지
뭐든지 달고 맛있다.
아까 쉬어가는 계곡에서
샤론언니는 이미 옴몸을 계곡물에 담궜다..
그리고 맨발산행을 시도한다..
참 개성 강한 언니..
온몸을 적시운 채..저리 맨발 산행을 하니..
오르내리는 산꾼들이 다들 쳐다보며 지난다.
우짜든지 눈길 한 번 더 받을려고 애쓴다..
윤사마님 ..괜한 농을 하신다.
언니가 그랬다..
사랑에 빠졌다고..
매주 산행을 하는 언니는 주중엔 산이 너무그립다고..
산에 오를 생각만 하면 행복하다고..
산에만 오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오늘의 동행인들..
대장이신 청풍님은 앞서 올라가셔서 안보인신다.
산이 인연이 되어 만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산처럼 푸근하다..
산도 좋지만..사람도 좋아 ..더욱 행복한 산행..
오는 내내..가벼운 농담으로
산행 중의 땀방울을 식혀주시던 분들..
남자분들은 참 재밌는 농도 잘 하시는듯..
산을 오르며..자꾸자꾸 웃을 수 있어 ..좋았다.
아장아장? 님이 무슨 농을 하셨는지..
다들 크게 웃으며 즐거워한다.
저렇게 웃고나면..정말 모든 일상에서의 시름이 다 날라가버리는 듯..
마음의 묶은 찌꺼기마저 싸악..날려버린 듯..
그렇게 마음이 후련하고 맑아지는 느낌이다.
산의 정상쯤에 오자..
청풍님이 미리 계산했다며..
아이스크림을 사주신다.
흠뻑 땀에 젖은 후..산정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의 맛..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산아래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산정에서의 달콤함과 시원함..
산의 정상에 태극기가 꽂혀있다.
저 사람들은 저 바위를 어찌 타고 올랐을까..
저 태극기가 있는 정상까지는 못올랐지만
나는 내 인생에게 또 하나의 산을 선물한다..수락산..
다른 코스로 올라오는 사람들..
다들 지친 듯 하지만 정상을 바로 앞에둔 발걸음에
힘이 들어가는 듯 하다.
우린 이 길로 하산할 예정이다.
문득 하산할려니 아쉽다.
샤론 언니도 왠지 2%정도의 아쉬움이 있다며..
고은손 산악회의 회장님..윤사마님..
낯가림을 하는편인 내가 두 번 째 만남에 이만큼 편안할 수 있는 것은
다 윤사마님의 세심한 배려덕분이다.
우스갯 소리도 곧잘 하시지만 한 편 마음이 참 여릿하심도 얼핏 캣치가 되었다.
산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신 듯..
산행 중에도 고은손 산악회 홍보용 손수건을 돌리시며..회원확보에 열심이신..
일상에서의 삶 또한 열심이신듯..이루어놓으신 것 또한 많으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산정에서의 만찬..
햇빛이 내리쪼이지만 한 때의 만찬 자리로 안성맞춤이다.
저 아래로 보이는 풍경 또한 감탄을 자아내게 하던 저 자리..
각자 사온 도시락을 꺼내놓으며..
다시금 한 겹의 허물이 벗겨지고..
우리는 더욱 다정한 사이가 된다.
오늘의 산행 이야기는 여기까지..
마침 디카의 밧데리가 다 되어..
하행하는 모습을 담을 수가 없었다..
계곡에서 족욕하는 거랑..알탕하는 거..물장난 치던 거..
그리고 산아랫자락에서 낮잠자는 풍경이라든지..
이런저런 이쁜 풍경을 눈으로만 담을 수 밖에..
하행 후.. 뒷풀이하고 충무로쯤에서 아쉬움에 한 잔 더 하고..
다른 산에 홀로 산행하고 조금 늦게 합류한 기도님..
나를 보더니..인상이 참 좋다며..
어려서부터 고생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자란 사람 같아 보인다고 하신다.
아니예요..저도 나름 고생하며 자랐답니다.
오늘도 나는 참 좋은 사람들과 참 행복한 산행을 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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