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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내남자와의 산행-북한산 대동문

by 벗 님 2009. 9. 4.

 

 

 

 

 

 

우리 내일 산행할까..?

오랜만에 내남자와 함께하는 산행..

몸도 맘도 그럴 여유가 없다며 거절하더니..

함께 간다 하니..내 맘이 기뻐한다.

 

북한산행 버스..

벌써 몇 대를 그냥 보냈는지..사람들이 참 많다.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내남자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추어 본다.

혹여 힘들어 할까 봐 일부러 뒤처져 걸어보지만..

어느새 앞지르곤 하는 나..

다시 걸음을 늦추어..

저만큼 가는 내남자의 모습을 담아 본다.

조금은 처진 듯한 어깨 무거워 보이는 가방..

내남자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당신..힘들지?

 

 

 

 

 

 

 

다리 아래 계곡에 앉아 바라 본 풍경..

깊은 뿌리까지 계곡물에 담그고 천년은 살아옴직한 나무들..

가을로 가는 잎새들의 반짝임이 현란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고..사람들이 온다..

마치 계절이 가고..계절이 오듯이..

 

 

 

  

 

 

 

산 속에 찾아 온 갈빛 가을..

가을로 가는 길목인 양..지키고 섰는 억새풀들..

이 오솔길을  통과하면..

가을은 나보다 먼저 손을 흔들며 반겨줄 것만 같다.

 

아~~가을로 가고 있다.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산도.. 나도.. 내남자도..

 

 

 

 

  

 

 

대동문에 올라 산아래 푸른 풍경들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산바람에 가슴을  씻기워 본다.

 

살며..가슴에 많은 것을 담아 둘 필요는 없다.

바람 같은 것이라 했거늘..

바람에게나 주어버리자..

 

보국문으로 향하는 내남자의 발걸음이 가벼워 진 듯 하다.

 

 

 

 

 

 

 

 

칼바위를 오르는 사람들..

바라보는 내맘이 아찔하다..

 

막상 저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은

오히려 짜릿할 것 같다.

 

사람들은 무엇을 찾아 오르고 오르는 것일까..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담배를 태우는 내남자..

결혼 후..서른 넘어 배운 담배..

어쩌면 가장이라는 삶의 무게가 홀로 감당하기엔 벅차..

담배라는 위로를 찾게 되었는지도..

한동안 거짓말처럼 끊었었는데..

 

삶이란 것이 그리 녹녹지 않는 것이라..

결국 한 개피..두 개피..다시 태우게 된 담배..

 

늘 그러지..

'이것만 태우고 끊어야지..'

 

 

 

 

 

 

 

산을 내려와 내남자와 함께 간 홍대거리..

처음 걸어보는 거리..사람들이 넘쳐난다.

2% 부족한 듯한 여대생들의 차림이..

그래서 오히려 풋풋하게 느껴진다.

 

 

 

 

 

 

 

코스푸레라 그러던가..?

간혹 눈에 뜨이는 저들..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차림새..

저거 일본서 건너온 것이지..아마..?

 

일본 것이라면 무어든지

거부감부터 치밀어 오르는 우리 세대와는 달리..

요즘세대들은 그리 게의치 않는 듯 하다.

역사는 흐르고..그렇게 잊혀지기도 하고..

 

 

 

 

 

라페 배다리 술집에서 막걸리 한 잔을 하며..

내남자가 이곳에 한 번 가자 그랬지..

막걸리랑 파전이 끝내준다고..

드디어 왔네..

 

언제나 자기가 먹어 본 것 중에..

맛나다 싶은 것은 내게 꼭 먹여주고 싶어하는 남자..

 

저 녹슨 양철지붕..

나는 저런 낡고 녹이 쓴 것에 마음이 간다.

 

 

 

 

 

 

 

문을 들어서니..

70년대식 선술집 분위기가 나는 이곳..

흐릿한 백열등 조명에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

 

술을 마시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취해 비틀거린다.

왜 옛스런 풍경들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일까..?

 

 

 

 

 

 

 

진로나 금복주 말고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다.

그 당시의 넉넉했던 마음 탓일까..

소주병들이 지금보다 큼직하다..

술도 인정도 푸짐했던 그 시절의 선술집..

 

어린 나는 왕대포라는 글귀를 보면서..

그 술집 안에 정말 대포가 있을까..?

정말정말 궁금해 했었다.

 

거리를 지나는 큰 레미콘 트럭 안에

정말 아이스크림콘이 있을까..?

그게몹시도 궁금했었던 것처럼..

 

 

 

 

 

 

 

그 날..우린 마포나루에서 막걸리랑 파전을 먹지 못했다.

파전 굽는 아주머니께서 6시 이후에 출근이라서..

결국 근처 퓨전주점에서 한 잔..

내남자가 참 아쉬워한다.

 

그 집 막걸리 정말 맛있는데..

파전도 다른집 것 보다 푸짐하고 맛난데..하며..

 

나에게 맛보여주지 못한 것이 끝내 섭섭한 눈치다.

'우리 다른 날.. 저녁무렵에 다시 한 번 와요..'

 

 

 

 

 

 

 

떡볶이집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학생들..

얼마나 맛나길래..저리 장사진을 이루고 있을까..?

그 맛이 궁금하여..나도..

 

집에 돌아와서 우나랑 맛을 봤는데..

글쎄..식어 그런가..?

저리 줄을 서서 기다릴만큼의 맛은 아닌것 같은데..?

 

 

 

 

 

 

 

 

 

 

 

 

그렇게 터벅터벅..젊은 거리를

등산복차림의 중년의부부가

 어울리지 않은 걸음으로 걸어본 하루..

 

나에게 말 걸어 주세요..

버스 창가에 그려진 얼굴이 얘기한다..

 

말걸기..

한동안 내남자에게 말걸기가 두려웠다.

그렇게 단절된 시간..

나는 먼저 말을 잘 걸지 못한다.

내남자가 먼저 말걸어오기 전에는..

 

스무살에도 그랬고..

불혹을 넘긴 지금도 그렇다.

 

다행히 내남자는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말걸기를 해온다.

 

내남자와 함께한 산행..한 잔..

나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걸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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