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2월 5일. 수. 맑음
춥다고 이불속에 나하나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가슴엔 포근한 베개를 품고서
나는 어느새 오늘 하루를 다 돌고 이렇게 누워봅니다.
시간을 잊은듯이 보내버린 오늘이였지만
아무런 고통없는 그저 그렇게 잔잔한 바람으로 눈을 감아봅니다.
이유없는 이슬이 맺혀옵니다.
슬픔보다 더 눈부신 한줌 눈물을 담고 삭혀두었던 그리움을..
한풀한풀 풀어헤쳐보는 내가슴은 아름다운 상처자욱이 또렷합니다.
나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법도 배워 익혔습니다.
자꾸만 자꾸만 울어버리면 됩니다.
훗날 조금은 많은 날들이 내 몸을 한 번씩 휘감고 아스라이 멀어갈 때..
아픔 한 줌씩을 데리고 갑니다.
눈물 한 방울도 묻혀갑니다.
사랑하는 친구 하나 있었습니다.
사랑해준 사람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외로워집니다.
밤이면 두 눈을 감아버립니다.
어둠의 환상 안에서 내 머리는 꿈길을 더듬어 봅니다.
행여 만나질까 하고 말입니다.
눈을 뜨고 옆으로 돌아누워 봅니다.
눈동자 가득 고여있던 괴롬을 떨어버리기 위함입니다.
그러면 또르르 내 뺨을 타고 귓가로 구르는 이슬이 하나 둘 생겨납니다.
우리 막내 바지 주머니 가득 들어있던 구슬을 닮았습니다.
불을 켜고 일어나 앉습니다.
성경 한페이지를 읽어내리고 고스란히 가슴에 안고는
무릎 꿇고 두 손 정성으로 맞잡고 하나님을 소리없이 불러봅니다.
그리곤 평온한 꿈길을 다시 걸어갑니다.
- 스무살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