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같은 동그란 물웅덩이 안에 발을 담근다.
문득 울이모가 '우리 숙이는 발도 이쁘네..' 하던 말이 떠오른다.
이모에게 난 언제나 제일 이쁜 숙이였었는데..
세월과 함께 발도 나이가 들어 이젠 이쁘지 않다.
화끈거리던 발의 피로가 사르르~~풀리는 듯한 시림..
뭐라 표현할 길 없는 이 싸아한 느낌..
산행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해보시라 권해 드리고 싶다.
산아랫 자락으로 내려오니 길가로 텃밭들이 즐비하다.
텃밭풍경은 옛스러움과 정스러움을 함뿍 담고 있다.
나는 저런 밭풍경이 참 이쁘고 정겹다.
옹기종기 두런두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밭들이
어린 날의 추억처럼 정겨웁다.
앵두 나무..
저 빠알갛고 앙증스런 열매를 나는 참 좋아한다.
추억이 어려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학시절.. 내 자취방..시인이시던 주인아저씨..
마당 안에 온갖 과일 다 심어놓으셔서
나는 때마다 계절마다 피고지는 꽃들을 볼 수 있었고
꽃 진 자리마다 조롱조롱 맺히던 온갖 과일을 맛볼 수도 있었다.
내 방문을 열면 바로 앞에 자그마한 앵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희뿌연 새벽에 잠을 깨워 밤새 빠알갛게 익은 앵두를 따먹던 일들..
난 그 때..나중에 내집 마당에도 앵두 나무를 꼭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 ..수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다.
"송화님..이게 무슨 꽃이예요?"
내가 지나치며 만나는 꽃들마다 이쁘다 이쁘다 ..그러니
내가 무슨 꽃이름에 조예라도 있는 줄 아시는지..
뒤쳐져서 내려오는 나를 기다렸다가 물으신다.
송화도 처음 보는 꽃이랍니다.
꽃보다 녹슨 저 양철담에 왜 더 꽂히지..나는..
개울가에 있던 집..
그림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지붕도 담도 하얀 집..
'사람이 살고 있을까.?'
왠지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살고 있을 법한 그런 집..
어린 시절의 우리동네 앞 개울가를 닮았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물놀이를 하는..저 풍경..
어느풍경이든지 아이들이 그림이 되는 풍경은 이쁘기만 하다.
물이 맑았다.
아직도 아이들이 발을 담궈 놀 수있는 맑은 개울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요즘은 시골에 가도
오염이 되어 파란 이끼가 낀 개울이 예사이기에..
나 어릴적에도
꼭 저런 풍경으로 동네 개울가에 서 있었을 것이다.
동네 언니 오빠 동생들과 어울려 종일을 미꾸라지도 잡고 ..
슬리퍼 벗어 배만들어 띄우기도 하고
돌틈에 숨어있는 다슬기도 잡으며
그리 천진하게 뛰어놀았을 것이다.
선물
소주잔 크기의 컵..저것은 레스피아님의 선물..
저번 북한산 산행 때..
배낭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저 작은 컵이 너무 앙증스러워..
내가 예쁘다 예쁘다..하였더니 선물로 사오셨다며 주신다.
그리고 휴대용..포크와 스푼..나이프가 부착된 저것은
밤안개님의 선물..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선물이라며..몰래 내 가방에 넣어주셨다.
산아래 마을에 다 와서 버스 타는 곳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종일 찌푸리던 하늘에서 뚝.뚝. 한 두 방울 비가 듣는다.
하늘도 우리의 산행을 기꺼워해준 선물같은 하루..
산의 품에 안겨 마음의 시름 벗어두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이 웃고 많이 행복했던 하루..
악수를 나누고 손을 흔들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눈빛들마다..
정겨움과 따스함이 가득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행.복.하.다.
- 벗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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