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로 오봉이 보인다.
하나..둘..셋..넷..다섯..
다섯 개의 봉우리..
오늘의 제 1 목적지..멀리서 바라보아도 장관이다.
레스피아님이 이제는 사진 찍을 위치까지 잡아주신다.
드디어 오봉..
물론 오봉에 오를 수는 없다.
오봉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
나란한 저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가까이서 바라본 오봉..
레스피아님이 오봉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위치로 안내해 주신 덕에..
이리 가까이서 저 오봉의 신비한 자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퉁~튕기면 또르르~굴러내릴 것만 같은 바위들..
얼만큼의 세월을 견뎌온 것일까..?
아슬해 보이는 위치에서 꿀맛같은 산정에서의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
늦지 않을려고 아침도 거르고 왔는데 신기하게 배가 고프지 않다..
산의 푸름을 한 껏 마신 나는 마음이 부풀어..
배가 고픈 줄을 모르겠다.
오봉의 뒷모습..
아찔하게 깎아지른 듯한 저곳에서..
까만 점 처럼 보이는 암벽타는 사람들..
후훗~~
내남자가 나더러 진지하게 저걸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한 적이 있다.
산행을 할 때면..내남자보다 언제나 앞서가는 날 보며..
본인이 산을 못탄다는 생각은 못하구 내가 산을 잘 탄다고만 생각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다.
나같은 겁장이에게 저건 비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남자는 나의 능력을 무한히 믿어준다.
사진 찍는 나의 모습이 보이는지..
암벽 중간에 걸터앉은 저 남자..우리쪽을 향하여 손을 흔들어 준다.
밧줄 하나에 의지에 저리 아찔하고 가파른 곳을 오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고난도 역경도 거뜬히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저들의 인생은 ..
남다른 도전과 성취로 이루어져 빛이 날거란 생각이 든다.
오봉 약수터..
산을 오른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집결한 듯 하다.
아폴로 조님이 약수물을 떠다 주신다.
참 달아서 샤론언니와 난 두 바가지나 나눠 마신다.
옹기 종기 ..두런두런..모여앉아 싸온 도시락을 나누는 사람들
우리들의 만찬..푸짐하다..
샤론 언니의 고들빼기 김치와
아폴로 조님 사모님의 오징어두루치기의 맛이 일품이다.
내가 싸간 쑥개떡도 인기가 좋다.
난 요리솜씨가 없어 내남자가 불쌍하다 하니..
쑥개떡만 할 줄 알면 다른 거 필요치 않다며..농을 하신다.
산 중턱에서 마시다 아껴두었던 포도주..
반주로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거짓하나 없이 내 생애 최고의 포도주맛이다.
다음엔 넉넉히 가져 오시겠단다.
저 앙증스런 컵..
레스피아님의 베낭에 대롱대롱 매달려오던 저 작은 컵이 이뻐..
이쁘다..이쁘다..하니..
다음에 만날 때..꼭 선물로 사주시겠다며 굳은 언약을 하신다.
.
도봉산 주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길..
저멀리로 도봉산이 보인다.
내남자가 홀로 다녀와서 무척 힘들었다고 하던 산..
언젠가 플로라님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하시던 산..
나 또한 꼭 올라보고싶은 산..도봉산..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길..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피는 꽃 보다 지는 꽃들이 더 많다.
비록 시들어 지쳐가는 꽃이지만 그 빛깔이 고와 담아본다.
산 아래자락에 내려오니..
북한 산의 이 봉..저 봉에서 내려 온 사람들이 합류를 해서..
사람의 물결을 이룬다.
우리 앞에 가는 저들 ..두 손을 꼭 잡고 내려간다.
뭐든지 약간 삐딱하게 보는 내남자가 이걸 봤으면..
저들은 분명 부부가 아닐 것이라며 장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다른 이들의 눈에 우리가 부부가 아니게 보였던 적도 많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보기 좋은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급히 내려가는 일행을 쫓느라 산사의 풍경을 스치듯 담았다.
두 세군데 절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냥 지나쳐만 가신다.
나도 급히 쫓아 내려간다..자꾸 뒤쳐지니..미안하다.
내게 닉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
난..그냥..그런 거 없다고 했다.
아폴로 조님이 산행 내내 생각해놓은 게 있으신데..
내가 어떨지 모르겠다 하시며..
내 웃음이 소나무꽃를 닮았더라시며..
송화(松花)라고 지어보셨다 한다..
송화(松花)..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샤론 언니도 참 좋다 하신다.
소나무 꽃이라..
나에게 참 과분한 이름이다..송화 (松花 )
아~~마치 산행의 최종목적이 이것이였던 것처럼..
맑디 맑은 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
열이 나 화끈거리던 발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르르~~사라지는 느낌..
산을 올랐던 사람만이 느끼는 특권..개운한 희열감..
시리다..뼛속까지 스며드는 시림..
30초를 못 버틸 만큼 차고 시리다.
촐싹촐싹..발을 넣었다 뺏다 하는 나와 달리..
샤론 언니는 느긋하니 발을 담그고 있다.
한 순간만 참으면 견뎌지니..참아보라며..
꾸욱 ~참아본다. 정말 견뎌진다.
세상 일처럼 참아내다 보면..
못견딜 것만 같던 일들도 그렇게 견뎌지기 마련인가 보다.
돌아오는 버스안..
꾸벅~꾸벅~조는 나의귀에
샤론언니가 살포시 이어폰을 꽂아준다.
감미로운 음악이 귀를 통해 가슴으로 흘러든다.
잠결이라 그런지 더욱 감미롭다.
버스차창 밖에서 손을 흔들던 동행인..
아폴로 조님과 레스피아님의 모습이 겹쳐지며..
나는 아득해진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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