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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포임/♣추억한다는 거

참담하던 하루#

by 벗 님 2010. 6. 9.

 

 

87년 6월 2일 . 화. 비 바람..

 

 

땅에 떨어진 살구를 한 입 베어물었다.

입 안 가득 고여오는 샘물..

온몸이 곤두서는 듯한 자극..

저만치 던져버렸다.

너무 시다..

 

 

 

 

 

비 때문이라고 ..

오늘 내가 그토록 비참해진 것은

모두가 오늘 내린 비탓으로 돌려버리기로 한다.

그래서 홀가분해지고 싶다.

비굴하더라도 가슴이 짖이겨지는 듯한 이런 기분은 참을 수없다.

막막해지고 생에 대한 자신이 풀이 죽는다.

 

아..열심히 살아야겠다.

이것은 조그만 절망이고 일종의 자포자기이다.

오늘 나는 쓰러지려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도저히 내겐 스스로를 지탱할 아무 것도 없는 듯 했다.

 

 

 

 

 

 

눈물..나는 너를 잊어버렸다.

이젠 아무렇게나 울어버리는 바보는 되지 않을테야..

비에 젖어 흥건해진 땅바닥에 그대로 엎어져버리고 싶은 심정..

차라리 그것이 얼마나 더 마음이 편할까..

그러나 바보같은 생각..

결코 쓰러져서는 안된다.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는 세상..

넘어진 사람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

도대체 이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려 한다는 말인가..

아..홀로 강해지자..열심히 살자.

 

 

 

 

 

만남과 사랑은 허무했다.

그리움..기다림..그리고 재회..이것 또한 아픔이였다.

그러나 나는 항상 사랑을 가슴에 품고서 키우며 살아갈 것이다.

순탄하고 어려움과 아픔이 없는 생의 하루들..그것 또한 무의미하다.

 

내게는 그렇다.

슬픔이 좋고 ..외롬이 좋고 .. 고독이 좋고..그래서 내가 울어버려도 좋다.

누군가 나를 항상 사랑해준다면 물론 좋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사랑의 맹세를 어기고 배신 당하는 것이다.

왜냐면 ..그것은 엄청난 충격이기 때문이다.

충격은 삶의리듬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망속을 헤매이겠지만 그만큼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보다 더 좋은 것..진실로 좋은 것은

아픔과 배반 ..불신 속에서도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신뢰하는 것이다.

 

 

 

 

 

 

죽음의 의미..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반드시 죽고야 만다는 사실을..

그것이 바로 오늘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았던 어느누구보다도 열심히 살다 가도록 해야지..

 

죽어질 목숨..

짧은 운명..

아~ 신이여..

당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주십시오.

오직 믿음만을..

일체의 의혹이 없는 믿음만을 주소서..

 

 

 

 

- 스무살의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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