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며 자꾸 뒤처지는 쏭이를 기다리는 중..
벤취에 앉아 내려다 본 나의 발..
요즘들어 발을 자주 찍는다.
그냥..부담없으니까..
나이도 주름도 표정도 ..모를테니까..
도롱이라는 벌레일까?
거미줄 한가닥 같은 곳에 의지한 채..
저리 매달려 대롱대롱~~
쏭이가 입으로 후~후~불어댄다.
벌레 어지러우니 하지 말래도..
재미난다며 계속 볼에 바람을 넣는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벌레를 간신히 잡았다.
까르르~~내가 웃는다.
소리내어 크게 웃는다.
쏭이가 창피하다며 말리는데도
자꾸 웃음이 난다.
저 풍경..푸하하하~~
화장실에 가는 여인네의 핸드백을 들고 서 있는
저 남자의 풍경..
나에게만 웃긴 풍경인가?
노오란 꽃무리가 하도 예뻐..
올라가며 보구 내려가며 보는데
꽃의 이쁨에 취하신 저 아주머니..
꽃무리 속을 거니신다.
멀찌감치 서 계시던 아저씨..
한 번 들어와 보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슬쩍~꽃들 틈에 발을 내미신다.
저 부부의 모습 또한 꽃처럼 이쁘다.
노오랗게 이쁘다.
저 위에서 부터 이 할머니 뒤를 쫄래 따라 내려왔다.
손에 움켜쥔 저 쑥..조만큼으로 무얼 하실려고?
뒷짐 쥔 손.. 그 손안의 쑥..굽은 등허리가 괜히 시릿했다.
봄 풀잎 빛깔과 닮은 할머니의 옷빛깔이
무슨 이유에선지 나에게 위안이 된다.
할머니의 발걸음이 연두빛으로 가뿐해 보였기 때문이였을까?
거의 산아래 다 내려 갈 즈음..
배달 오토바이 두 대가 산을 향해 올라간다.
설마..자장면?
부처님 오신 날에..아니겠지?
절에서 점심공양 다 주는데..
절에서 모자란 부식거리를 배달시킨 걸 거야.
쏭이가 이런다.
"엄마..저기 앞에 가는 오빠 잘 생기지 않았어요?"
후훗~~
요즘 ..쏭이가 길을 갈 때면 자주 하는 말이다.
사춘기가 오려나 보다.
지나가는 남자애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분명 이 길로 올라갔었는데..
오를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제비꽃 군락지..햐아~~
무슨 노다지를 발견한 듯 놀랍고 기쁘다.
때마침 한창 피는 시기인지 그 빛깔이 싱그럽다.
잎새도 푸르고..
쏭이가 하나 갖고 싶대서..
플로라님께 혼날 각오하고 그러라고 했다.
갖고 싶은 것은 꺾어서라도 갖고픈
그런 욕망이 가끔은 내게도 꿈틀거리나 보다.
미련하고 어리섞은 줄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겨울을 견뎌낸 지난 가을의 흔적이 반가왔다.
그 스러짐 위로 돋아난 연두빛 봄날이 산뜻하다.
계절은 가고 계절은 오고 또 계절은 간다.
날들은 가고 나도 가고
그렇게 남아있는 나의 짧은 젊음도 간다.
- 벗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