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초입..
오월 햇살에 물들어가는 신록이 고웁다.
샤론언니 첫 산행 때의 코스라 한다.
신입인 나를 위하여
어렵지 않으면서도 경치가 예쁜 곳으로만 코스를 잡아주셨다 한다.
나로 인해 혹 걸음이 늦추어질까..걸어가면서 급히 잡은 풍경..
초록..그 빛깔만으로도 싱그러운 계절..5월..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마음들..
시들어 우울하던 일상이 기지개를 켠다.
저들의 하루는 산빛처럼 짙어가겠지..
더불어 나의 날들도 산과 같기를..
푸르기를..
앞만 보며 올라가는 동행인들과는 달리..
산길 구석구석을 살피느라 늦어지는 발걸음..
미안해..여기저기 보이는 야생화를 담지 못했다.
스치 듯 담은 산철쭉..
지난주 까지만 해도 온 산이 저 여린 분홍꽃으로 뒤덮였다고 한다.
매달린 꽃잎보다 땅바닥에 누운 꽃잎들이 더 많다.
차마 서러운 그 꽃잎은 담지 못하고..
주위를 살피느라 자꾸 뒤쳐지지는 나를 기다리려 주는 동행인들..
꽃그늘 아래서 담소하는 모습이 다정도 하다.
저들은 전문 산악인나 다름없다.
미안해 후다닥~ 저들 가까이로 달음질 한다.
꽃물 든 웃음을 지어준다. 나에게..
비탈진 곳에 노오랗게 피었길래..
앙증도 하여 담았더니 ..
레스피아님이 애기똥풀이라며 가르쳐 주신다.
아~~어느 님의 방에서 보았던 그 애기똥풀이구나..
친구들은 시들어 지고 있는데 요놈은 아직 ..생기가 남아있다.
같이 피어 따로 지는 ..
따로 피어 같이 지는 ..
꽃잎의 운명이나 사람의 운명이나..
피고 짐의 이치는 다름이 없음을....
정(情)..
휴식..
레스피아님이 나누어주신 정을 먹으며..잠시 쉬어간다.
산바람이 시원하게 가슴으로 지나간다.
아폴로 조님..
집에서 담근 포도주라며 한 잔을 건네주신다.
술을 못하는 나도 샤론 언니도
그 기막힌 맛에 사로잡혀 연신 감탄을 한다.
내 생애 가장 맛난 포도주를 맛보았다고 하니..
두 남자분..본인들은 마시지 않으시겠단다.
아껴 두었다가 정상에 가서 두 여자분이 드시라며..
여성봉의 뒷태..
이 풍경을 보며 감탄을 하니..
지나가는 아저씨 한 분..
뒷태를 보구 뭘 그러냐며..진짜는 앞태를 봐야한단다.
샤론 언니..귀속말로 내게 설명을 해주신다.
아~~그래서 여성봉이구나..
여성봉의 앞태..
음~~쫌 민망한가..?
기막히게 닮아 있다.
올라가는 길에 로프도 없고 가팔라 올라가지 않을려고 했는데..
올라와 보길 잘 한 것 같다.
지나가는 남자분들..기를 팍팍~~받아가야 한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 기.. 받아서 어디다 쓰실래나..?
혼잣말처럼 내가 받아치니 샤론 언니가 웃는다.
여성봉 위의 모습..
따지고 보면 저 자리가 자궁이 된다..
내가 하나의 생명으로 잉태된 곳..
세상과 호흡하기 전..머물던 자리..
저들의 쉼과 편암함이 이유가 있어 보인다.
♥동행인
샤론 언니..
센타에서 제일 마음 좋은 언니..
항상 칭찬만 하는 언니..
산을 탄지 삼 년째라 한다.
스키 시즌엔 한 달 내내 스키장에서 사는 스키광..
단월드 평생회원권을 가진 언니..
그래서인지 참 건강하고 넉넉하다. 한 없이 푸근하고..
샤론언니 덕에 좋은 사람들 만나고 ..
잊지 못할 멋진 산행도 하구..
오늘 산행대장님이신..레스피아님..
닉이 이쁘다. 웃는 모습도 천진하시다.
손주까지 있으신 모양인데..늘 산행을 하셔서 그런지..젊어보이신다.
북한산..구석구석을 다 꿰뚫고 계시다고 한다.
경치 좋은 곳..쉬어가기 좋은 곳..사진 찍기 좋은 곳..
사람들이 모르는 이쁜 오솔길까지..
산악회에서 카리스마 짱이시라..다들 어려워하는 분이라고 하는데..
난 참 편하고 전혀 어렵지 않다고 하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라는 게 있는데..
그게 서로 맞아서 편한 거라 하신다.
아폴로 조님..
내 등산화 끈이 풀어져서 매어주시는데..
절대 끈이 풀리지 않게 매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계시는 중..
이 산악회 회장님..
정말 정말 착하고 여리게 생기신 분..
저리 머리가 희끗하신데도 아이처럼 순수하신 분..
오늘 내가 만난 동행인들..
다들 산처럼 편안하고 넉넉하여..
나는 오늘..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하였다.
- 벗 님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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