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뒤안의 풍경..줄지어선 단지들의 모습이 정갈하다.
나는 원주스님의 법명이 원주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원주스님이란..절의 살림살이를 맡아보는 일종의 직책명..
법당 안으로 들어 온 커다란 나방을
행여 다칠세라 두 손 포개어 고이 잡아 놓아주시던 손길..
커다란 민달팽이를 손바닥에 올려 어루어주시던 마음길..
나는 오래 그 원주스님이 잊히지 않았다.
♥
허리 굽은 할머니가 저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계셨다.
그 기도를 방해할까..차마 담지 못하고.
나도 부처님 전에 합장하고 삼배를 올린다.
나의 기도는 언제나 건강과 행복이다.
내가 아는 ..사랑하는 ..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
돌틈새에 놓인 동자승과 목탁..
어쩌다 가끔 보는 동자승들..
그 연유가 무엇인지 몰라도
어린 까까머리 동자승은 마음을 아릿하게 한다.
불심 깊은 사람들..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어설픈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저 모습들의 간절함을 바라보며..
어쩌면 종교보다 깊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양을 받기위해 여전히 줄지어선 사람들..
암자와 절을 바라보는 불상이 눈에 들어온다.
초파일인지도 모르고 오른 산행길에서
나는 많은 선물을 받고 돌아간다.
배 보다 마음이 불룩해져서 기쁘게 돌아간다.
올라오며 만났던 작은 절..만경사..
지나칠까 하다 잠시 들러본다.
엎드려 절을 올리는 아주머니와 이미 기도를 마치고 공양을 하는 아주머니..
다르지만 다르지 않는 모습..
머리 위의 연등빛깔이 고웁다.
그 연등 안에 담긴 누군가의 소망 또한 곱고 고우리라..
무쇠솥과 아궁이가 정겹다.
밥을 지으시던 아저씨..
사진을 찍으라며 자릴 피해 주신다.
그 웃음이 참 선하시다.
매어달린 커다란 나무주걱..
보기 드문 옛스런 물건들이 나의 발길을 잡는다.
절밥이 맛난 이유가 저 무쇠솥 탓이리라..
누구나 그렇겠지만..
잊혀져가고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향수가 다 있을 것이다.
울엄마는 엄마 옛적에 사용하던 도자기요강을 버리신 것을..
오래 후회하셨다.
"그 요강..버리지 말 걸..두었으면 골동품 되었을테네.." 하시며..
뒤뜰에 두런두런 모여 공양을 하는 사람들..
영천사와는 달리 여긴 식판에 음식을 준다.
쏭이에게 "한 그릇만 받아서 둘이 나눠 먹을까?" 은근 떠보니..
"엄만..내가 뭐 돼진줄 아세요?"
'너..먹보 돼지 맞거든..'
'영천사에서 비빔밥 한 그릇 먹구 바로
싸간 김밥 먹고 싶다며 김밥 몇꼬다리 더 먹었잖아..'
'에휴~살을 어찌 뺄지?'
저리 먹을 것을 사랑하는데..
설거지를 하는 보살님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무엇을 바라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오로지 베푸는 마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하는 그런 마음들일 것이다.
나 또한 나자신만을 위함이 아닌..
나의 작은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의 삶은 너무 이기적이다.
지난 후..후회할 삶이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