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설레이며 기다리던 산행이 취소되었다.
혼자 보내는 첫산행이라고..
내남자..가방이며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준다.
염려섞인 배웅을 받으며 룰루랄라~집을 나서는데..
뚝..뚝..빗방울이 듣는다. 망했다~~
샤론 언니랑 통화하니..비가 내려 다들 못갈 것 같다구..
새벽부터 야채전 부치구 쑥개떡 찌구 김밥 싸구..
소풍 가는 어린애 마냥 들떴었는데..
이대론 억울해서..도저히 포기가 안되어서..
내남자를 살살~~꼬드기니..
자긴 나름의 계획이 있다구..
비가 오는데 그 험한 북한산엘 어떻게 가냐구?
아~ 나는 도저히 포기가 되지 않는다.
비가 오든 말든..가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비옷을 챙겨넣구..
'가보리라..한 번 가보는거지 뭐..'
샤론언니가 비가 와도 가는 사람은 다 간다구 했으니..
'나 혼자라도 가 보는거지 뭐..'
내남자 옆에서 무모하다구 자꾸 말린다.
그냥..살면서 나 혼자 무언가를 해보구싶다는 오기발동..
참..참..혼자 산행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러나..나에겐 도전이고 모험이다.
그 때..부시시~~잠에서 깬 쏭이가..
'엄마..나랑 같이 가요.'
' 어라~~왠일이지..?'
일단 길동무가 생겨 반가왔다.
그러나 쏭이를 데려갈려면 북한산은 포기해야겠다.
가까운 고봉산으로 행로를 바꾸고 쏭이의 비옷도 챙기고..출발..
"그런데..쏭이야 너..어떻게 엄마 따라갈 생각이 들었지?"
신통해서 물어보니..'응 ..김밥이 먹고 싶어서요..'
푸하하~~그럼 그렇지..
그 험한 운악산에 오를 때도..
정상에 가야 김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더니..
두 말없이 꿋꿋이 따라 오르던 쏭이..
오로지 김밥을 향한 그 일념 하나로..
비오는 날의 무모한 산행에 동참한 우리 쏭이..
집을 나설 때 내리던 비가 산 아래 도착하니..뚝~그쳤다.
외려 실망..그냥 비에 흠뻑~젖는 것두 괜찮은데..
처음 만나는 봄꽃..봄풀들이 산뜻하니 싱그럽다.
저 이름 모를 날씬한 풀을 보더니..
우리 쏭이..'엄마..저거 파 맞죠..?'
푸하하~~' 파는 아니구 무슨 난초종류같은데..'
자꾸..웃음이 난다.
저걸..파로 보다니..
그저..웃음이 난다.
영천사라는 절입구에 저 바윗덩이가 있었다.
돌 틈새마다에 누군가의 바램들이 아슬아슬하니 놓여있다.
흔히들 돌탑을 쌓는데..조금 특이하다.
돌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우리 쏭이..
고 작은 가슴에 담긴 소망을 조심스레 놓아본다.
항상 세가지 소원을 빈다고 한다.
언젠가..정월대보름날에 달님에게 빌었던..
그 바램들을..
절 입구에 차가 북적인다.
사람들이 무리지어 오간다.
그제야..'아~초파일이구나..'
참 ..무딘 성격..
세상 일에 무심한 건지..
내 안의 나에게만 관심 많은 이기심때문인지..
한 쪽에 공양을 하시는 아주머니..
엎드려 간곡한 기도를 올리시는 아주머니..
얼마나 많은 세상의 파도와 맞서 오셨을까?
지친 몸..지친 마음..달래러 오셨을까?
아마..당신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오로지..자식들을 위한 기도만을 되풀이 하셨으리라..
살아온 평생을..그러셨으리라..
해마다..절에 가족이름을 올리고 가족연등을 달으신다는 울엄마..
절에 다니시는 것두 불교를 믿으시는 것두 아니지만..
그냥..일 년 연등을 달고 나면..마음이 푸근하시다고..
문득..울엄마가 보고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등을 달고 계시겠지..
이맘때면..우리들 손가락마다엔 연꽃물이 발갛게 들곤 했었지..
써클룸에서..저 연 참 많이도 만들었었는데..
손가락 끝에 풀을 묻혀 도르르~감으면..
예쁜 연꽃잎이 한 장..두 장..생겨나곤 했었지.
툇마루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고무신들..
수행하시는 스님들의 것일까?
아님..보살님들의..
벗어놓은 고무신들에게도 표정이 있는 듯 하다..
그 주인의 가지런하고 정돈된 마음이 엿보인다.
절에 당도하니..
길게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
분주한 저 보살님들의 손길속에서
비빔밥 한 그릇이 뚝딱...
무엇을 바라 ..저런 노고를 자처하는 것은 아니리라..
표정마다엔 맑은 기쁨이 깃든 모습들이다.
뜻하지 않은 선물..
예상치 않은 성찬을 받아들고..기뻐한다.
그런데..좀 짜다~~
원래 절음식은 간을 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
젊은 날..의성 고운사에서 수련을 할 때..
공양음식에 소고기 다시다를 넣은 우리들..
희안하게 그걸 알차리신 원주스님..
'이놈들..중에게 소고기를 먹이려 하느냐..' 하시며..
꾸중 반..웃음 반..으로 혼내키시던 원주스님..
절 마당에서 개미를 가지고 노는 아이..
재미난지..꺄르르~~웃음소리가 청명하다.
그 모습이 예뻐 담으니 ..
아이 아빠가 농담으로 모델료를 달라 하신다.
개미를 무서워 할 법도 한데..
손등으로 기어와도..겁내지 않는 아이가 신통하다.
어린 날에 저 개미를 잔뜩 잡아..
흙으로 울타리 치고..나뭇가지와 돌맹이로 장애물을 만들어 ..
개미동물원 만들어 놀던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구석진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저들 두 부부..
그저..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덤덤해 보인다.
산 아래 꽃 진 자리에 푸릇푸릇 짙어가는 봄을 바라보며..
그렇게 채색되어진 자신의 어느 하루를 돌아보는지도..
표주박이 반갑고 이쁘고 정겹다.
대학 시절..주인 집 뒷마당에 조롱박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길래..
주인 아주머니께 여쭈어 저 표주박을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다.
박을 찌고 반으로 갈라..아니..먼저 반으로 가르고 쪘었던가..?
이제는 그 기억마저 가물거린다.
참 불심 깊은 사람들인가 보다.
연등 매달린 연꽃 그늘 아래 앉아 불법 공부에 열심..
팔랑팔랑거리며 살아 온 나와 달리..
저 표정 속에..모습 속에..삶을 대하는 진지함이 묻어난다.
법당 안에서는 스님의 목탁소리가 은은하고..
기도하는 여인네의 간절함이 향으로 피어오르고..
저토록 간절히 바라고 바라면 기도는 이루어질 것 만 같고..
사는 시름.. 훌훌~~
기도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질 것도 같고..
절간 뒤로 가니 저 풍경이 펼쳐진다.
민들래 홀씨를 발견하고 기뻐 ' 엄마..'를 부르는 쏭이..
저 모습을 담느라 줄 지어 늘어선 이쁜 단지들이 싹둑 잘려버렸네..
후훗~~
고무신에도 웃음과 해학이 있다.
처음부터 저 모습이였는지..
누군가 기발하게도 그려넣은 것인지..
고무신의 웃는 모습이 앙증도 하여..
나는 까르르~ 소리나게 웃는다..
아~~내 삶의 모습eh 저 고무신의 얼굴만 같기를..
그러하기를~~
- 벗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