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흩어져 나부끼며..
저 물결위로 하얗게 흘러간지 며칠이건만
유독 저 나무의 꽃들은 오래 남아있다.
. 저 꽃그늘 아래에서 쑥을 한참이나 뜯었다.
.
맞은 편 언덕에서 쑥을 뜯는 아주머니..
들킬까봐 몰래몰래.. 찰칵~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뜨끔~
아마.. 아시면서도 모른 척 해주시는 것 같다.
봄이 주는 선물..냉이 쑥 달래..온갖 나물들..
봄아..고마워..
봄아..너로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
봄아..인생의 선물이고 축복같은 널..
봄아..사랑해..정말 사랑해..
쑥 뜯으러간다는 여자가 저 신발을 신구 왔다.
운동후에 센타에 있는 운동화로 갈아 신을려구 했는데..
깜빡해버렸다.내 주특기..깜빡 잊어버리는 거..
할 수 없다.
일단 신발을 벗어두고 맨발로 쑥을 뜯기로 한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감촉이 산뜻하다.
봄풀들의 체온이 감지된다.
가끔 마른풀들이 따끔따끔 찔러대긴 하지만..
음~~발바닥에서 풀향..쑥향..봄향이 나는 듯 하다.
나중에 보니 발바닥이 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세 시간여를 움크리고 그렇게 쑥을 뜯었나 보다.
나는 뭔가에 몰두하면 정신을 놓아버린다.
그 끝을 볼 때까지..
목표한 분량의 쑥을 다 캐구..
비스듬한 언덕에 앉아 쉬어본다.
연두빛 봄바람이 풀물든 내 발바닥을 간지럽힌다.
아~나는 사는 일이 쑥 뜯는 일만큼만 행복하다면 좋겠다.
딱~고만큼 행복해도 충분하다.
아침에 불려둔 쌀이랑 뜯어 온 쑥을 다듬어 방앗간으로 간다.
어라~문이 잠긴 채 아저씨가 안계신다.
핸폰도 안가져왔다.
꼭~결정적일 때 핸폰을 빠트린다.
할 수 없이 낑낑~거리며 다시 집으로 간다.
다행히 아저씨가 받으신다.
다시 방앗간으로 간다.
힘들어서 쏭이에게 방앗간도 재미난 거 많다고
꼬드겨서 짐 쫌 들게 하구 ..
원래는 쑥절편을 할려구 했는데 늦은 시간이라 안된다구 하신다.
그러시면서 쑥개떡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신다.
아저씨가 만든 걸 직접 보여주시면서..
한 번도 안만들어 봤다구 그냥 절편해주시면 안되냐니깐..
열에 아홉은 빻아만 가서 집에서 직접 만드니 해보라 하신다.
어려울 거 하나 없다고..
우나는 시험기간이라 지 방에서 공부 중이구..
하긴 시험 아니래두..우나는 이런 거에 관심이 없다.
쏭이는 좋아 죽을라 한다.
지가 먼저 반죽재료 준비하구..바쁘다.
내가 옷갈아 입고 어정거릴 동안에 쏭이가 만들 준비를 다 해 놓았다.
살맛 난다니까..조거땜에..
왼쪽 거는 내 작품..오른쪽 거는 쏭이작품..
쏭이는 미역국에 조랭이 넣어 먹는 걸 좋아하는데..
조리 동글동글..말아서 미역국에 넣어 먹을거란다.
♥방금 우리 쏭이가 조 쑥새알 넣은 미역국을 끓여 왔네요.
한 그릇..뚝딱하구 다시 씁니다.
얼마나 맛나게 끓였는지..간도 딱 맞고..쑥향도 폴폴 나구..
만든 거 중에서 일단 못난 것들만 모아서 찜통에 넣고 찐다.
성공할까? 실패할까? 맛은 어떨까?
사실..불량주부인 나는 저런거 집에서 처음 해 보는 거다.
몇 번을 열었다.. 닫았다..궁금궁금..
김이 모락모락~~윤기가 반짝반빡 흐르는 것이 다 되었나보다.
젓가락으로 쿡~찍어 맛을 보니..햐아~~꽤 맛나다.
쏭이도 냉큼 와서 맛을 보더니..굿~~이란다.
첫 작품..대성공이다.야홋~~
내 자신이 대견하다.
내가 딸 다섯 중에 요리 젤 못한다구
맨날 내남자가 불쌍타는 우리 친정아빠께도
이 소식을 알려야겠다.
대견해 하실까?
한심해 하실까?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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