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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편지 -벗님에게-

by 벗 님 2010. 4. 7.

 

 

 

 

벗님..

양지바른 뜨락에 나와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대나무 잎들이 서걱이고 조그만 새들이 맑은 음률로 노래하는 이 뜨락은

언제나 내가 울적해지거나.. 외로워 적막해질 땐

내 마음의 안식자리가 되어준다.

 

 

 

 

 

 

뒷뜰의 돌나물이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살구나무에는 눈부신 꽃잎이 화사하게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내가 저 살구나무 꽃처럼 웃어 본 것도 아득히 먼 날의 일같이 만 여겨진다.

이 좋은 봄날에 내 좋은 사람들을 가슴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소박한 상차림에 냉이나물로 찌게라도 끓여 대접하고 싶다.

그러나 그네들은 자신의 삶속에서 외로운 한 아이를 잊어버린 채..

빠듯한 나날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전화선을 타고 내 귀로 흘러드는 친구의 음성은

 밝고.. 생기 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나처럼 젖어 흐느끼는 기운 없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벗님..

봄바람이 내 몸뚱이를 포스근히 휘감아 돈다.

이런 날.. 나는 뜨락을 서성이며 지나버린 추억을 한 조각씩 떠올려본다.

아리고 쓰렸던 그날들이 차라리 눈물 나도록 그리워옴은 왜일까..?

아린 가슴을 움켜쥐고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구며

배갯머리를 적시던 그 아픔의 흔적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지만..

잊음의 연습도 없이 나는 잊어가고 있다.

아니..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소중했던 사람들과 그 순수했던 날들을..

되찾고 싶다는 갈망은 부질없는 헛 손짓이 되고 만다.

이미 그때 그 사람들은 낯설은 미소로 말씨로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 또한 그처럼 변했을 테지..

그래서 너와의 만남을 자꾸만 미루고 있는지 모른다.

 

 

 

 

 

 

내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친구야..

넌 알고 있니?

너를 실망케 하느니 차라리 그리워만 하고 말자..

그러나 언젠가는 만나고야 말리라..

벗님..

풋내기 소녀였던 우리가 이만큼이나 자랐지만..

나는 왜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슬프기만 할까..?

하루를 다 밟고 돌아누운 자리에서

온몸을 엄습해 오는 그 허전함은 무엇이었을까.?

나약한 인간이기에

 자꾸만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어젯밤엔 친구 하나가 절실히 그리웠다.

내 가슴의 구석구석을 풀어놓아도 좋을 친구 하나..

그러나 그 친구는 별이 되고 만다.

 

 

 

 

 

 

결국 인간은 혼자이고 마는 걸까..?

너 하나만을 좋아하 마던.. 나는 너를 사랑한다 하던..

그 언약과 고백도 허망하게 느껴짐은..

인간은 혼자 서야 한다는 아픈 채찍인가 보다.

이 세상에 영원할 수 있는 것은 저 별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왈칵 서러워졌다.

그러나 순간순간의 눈빛과 눈물운 진실이었음을 알기에..

나는 사람들이 좋다.

저들이 언제 어떻게 냉담해지더라도 지금 이 순간..

진실하게 전해 오는 저들 젊은 음성이 좋다.

 

 

 

 

 

 

벗님..

나의 뜨락에 너를 초대하고 싶다.

너와 단 둘이

움터는 새싹의 생명을 느끼고..

바람의 얘기도 들으며..

별을 얘기하고..

사랑을.. 문학을..

미숙하나마 인생을 얘기하고 싶다.

밤이 꼬박 새이도록

우리 단 둘이만

 이 우주 아래 존재한다면 좋겠다.

 

 

 

 

- 스무 살의 벗님 8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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