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우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고 있다..나의 큰 딸이 머나먼..이국땅에서 서럽게 울고 있다.
'엄마..미안한데..정말 미안한데..나..한국 데려가주세요..내일 당장 가고싶어요..'
'엄마..근데..돈은 어떡해요..돈 못돌려받으면 어떡해요..'
'네가 오면..쏭이도 와야하니까..쏭이의견도 들어보자..'
우리 자근 딸 쏭이..
'엄마..난 괜찮아요..돈도 아깝고..공부도 더 해야하잖아요..난 괜찮아요..'
우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언급하고싶지 않다.
가슴이 아프다..너무 아프다..
내일 당장 아이들에게 가라는 내남자와..당장이라도 달려가고픈 나는..
그날밤 잠들지 못하고 그렇게 온밤을 뒤척였다.
그렇게 온밤을 아파했다.
다음날..
이른시각에 전화를 하니..다행하게도 우나 음성이 조금 밝다.
덩치만 컸지..그래도 아이는 아이인가 보다.
아빠 닮아 B형이라서 다행이다.
아픈 거.. 슬픈 거.. 나쁜 거..담아두지 않고 빨리 잊어버리는..B형이라서..
그러나 이 엄마는..오래..아플 거 같다..잊혀지지 않을 거 같다.
내남자의 전화가 왔다.
희진 아빠의 전화가 왔는데.. 열 두살 우리 쏭이가..
그 곳 국제학교 ESL과정 중간테스트에서 일 등을했다고..
전체 30여명 중에서..
그것도 저보다 큰 중학생 언니..오빠들 틈에서..
필리핀으로 전화를 하니..
'똑똑한 딸내미 두셔서 좋으시겠습니다.'하며..
희진 아빠가 쏭이를 바꿔주신다.
'엄마..내가 1등이구..애니언니가 3등이구..우나언니는 5등이구..에릭오빠는 7등이래요..'
물어보지 않았는데도..쫑알쫑알..다 얘기한다.
'응..다들 잘했네..아저씨가 좋아하시겠다.'
'우리쏭이 공부한다고 고생했어..고마워..사랑해..'
희진 아빠도..아이들이 다들 성적이 좋아서..
본인도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으시다고 한다.
그참..쏭이가 일등이라니..별일이다..
쏭이..2학년때..
학교에서 치는 중간..기말..수학경시..한자경시..모든시험에서..
1년 내내..퍼팩트 올백을 맞았었던 적이 있다.
시험지에 형광펜으로 표시까지 해가며..틀린 곳 줄까지 쳐가며..
시험지 여백에는 반드시 올백을 맞겠다는 다짐의 글까지 써놓고..
담임쌤이..신통하다며..전화까지 하셔서 그 글귀들을 읽어주셨던..
여튼..우리 쏭이는 기대이상으로..우리를 기쁘게 해 준 적이 많은 딸이다.
엄마보다 더 야무진.. 아이지만..왠지..든든한 우리 자근 딸..쏭이..
전화를 먼저 끊어라고 하니..누가 먼저 걸었느냐고 물어온다..
내가 걸었다고 하니..
'그럼 먼저 걸은 사람이 먼저 끊는거예요..엄마가 먼저 끊으세요..'
에그..너무 야무져서..쬐금 피곤한 스타일..
그러나..참..대견하고 기특한 우리 쏭이..
♡쏭아..우나 언니..잘 챙겨줘..언니 말 잘 듣구..먹는 거 쫌만 줄이고..아프지 말고..쌀앙해~♡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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