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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딸들 이야기

필리핀에서 온 딸들의 전화

by 벗 님 2009. 1. 23.

 

 

 

 

 

필리핀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 쏭이 대뜸.. 

'엄마, 여기 망고 대따 맛있어요.'

'근데 48페소래요.우리나라 돈으로 1500원이나 한대요.'

 

 요리사가 꿈인 열 한 살 우리 쏭이는..먹는 것두 좋아하지만..요리도 꽤 잘 한다.

 나중에 커서 유명한 요리사가 될거라 한다. 

'음..쏭아 좀 더 생각해보자. 난 별루 내키지 않는다.'

'너 요리사 되면 맛본다고 살 더 찔텐데..'

 

 우리 쏭이 하는 말..

 '엄마,그래도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게 더 중요하잖아요.'

 '그러게..할 말이 없네..부끄럽네..'

 '그리고 엄마 아빠 사진 이쁜 액자에 넣어서 보내 주세요.'

 '꼭 액자에 넣어서 보내주세요.'

 

 자꾸 자꾸 당부한다. 쫌 시큰하다..

 고 작은 가슴에 그리움이.. 보고픔이.. 꼼지락거리기 시작한 걸까..

 

 

 

 

 

 

 

 

 

 

우리 철부지 큰 딸..우나는 이쁜 옷 좀 보내달란다.

 

'엄마, 이쁜 옷 마니마니 보내주세요.꼭요..'

몇 번을 당부한다.

무조건 이쁜 옷 많이 보내달라는 소리만 한다.

그 곳까지 가서도 멋내느라 여념이 없나보다.

화장품이랑 천연비누 보내준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옷장 정리랑 방정리는 잘 하고 있니?'

'예. 엄마 걱정 마세요. 쏭이가 잘 하고 있어요.'

 에휴 누가 누굴 돌보는지..

 옆에서 들리는 쏭이의 목소리

'엄마, 나 언니땜에 미치겠어요.'

 

 안 봐도 비디오다  지 버릇 어디 가나..

 공주과에 귀차니스트인 우나 뒤치다꺼리를..

 꼼꼼한 쏭이가 다 하고 있는게지..

 하나라도 야무지니..그나마 다행이다.

 

 

 

 

 

 

 

 

 

 어쨌든..아이들 목소리가 생기발랄하다.

 뭐가 좋은지 전화기 너머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우나가 콜록거린다.

 감기 걸렸나보다.

'걱정이네..게을러 감기약도 잘 안챙겨 먹을텐데..'

 걱정 말랜다.

'우리 예성이(우나 남친)가 사 준 감기약 먹을거예요.'

 

 애니가 바꿔 달랜다.

'아줌마, 비누 고마워요.몇 번 안 썼는데 벌써 피부가 좋아진 거 같아요.'

'아줌마, 사랑해요'

 얼떨결에 'Me to..'

 왠지 까칠해서 아이지만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어쩜 말도 저리 이뿌게 할까..갑자기 애니가 넘넘 사랑스럽다.

 

'참..쏭이 살 좀 빠졌니? '

 먹는 걸 하두 좋아하니..내가 태클 걸지 않으면 살이 찔까봐..

 희진 엄마한테도 당부하고 왔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 오는 우나의 말..

'엄마, 쏭이 턱이 하나 안 보여요..ㅋㅋ'

 기쁘다..쏭이 살이 빠졌나보다..

 

 나..참 나쁜 엄마인가 보다..

 아이가 힘들어 살이 빠졌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우리 쏭이 살 빠져서 더 이뻐졌을 것 같아..어쨌든 기쁘다.

 

 몇 번을 아이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희진 아빠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전화를 끊는다.

 

 

 

 

 

 

 

     ♡쏭이에게 보내 준 우리 둘 사진..잘 생긴 내 남자..이뻤던 남자..♡

 

 

오랜만에 미경 엄마의 전화가 왔다.

'언니, 애들 보내놓고 매일 울고 있는 거 아니예요?'

나두 그럴 줄 알았는데..그 참..아직은 괜찮다.

남달리 모성이 강할 거라 나름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아직은 괜찮다.

 

 

  

 - 1.16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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