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찬 겨울날에 예기치 않게 봄날같은
비가 내린다.
겨울비 속을 달린다. 자전거로..
얼굴을 간지럽히는 빗방울의 속살거림에
가슴이 젖어든다.
포스근하게도 젖는다.
왼종일 그리 젖어 있었나 보다.
대구고모 전화가 왔다..
내 음성이 가라앉았다며 걱정하신다.
뭔일 있냐며 재차 확인하신다.
고모 당신의 일만으로도 태산처럼 무거우실텐데..
필리핀에서 온 희진엄마의 전화
목소리가 왜 그리 가라앉았냐고 한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내가 너무 젖어버렸나 보다.
내린 비 탓인가
맞은 빗방울 탓인가
나 정말 아무 일 없는데..
그저 오늘 비가 내렸고
그 비를 맞았고
몸보다 가슴이 더 많이 젖은 것 뿐인데..
내맘도..
내몸도..
내가슴도..
내목소리마저 젖어버렸나 보다.
나도 모르게 내게 무슨일이 생긴 것일까..
나도 모르게 내맘에 빗물이 스민 것일까..
나도 모르게 내몸에 그리움이 내린 것일까..
나도 모르게 내목소리에 슬픔이 베인 것일까..
그런 것일까..
나 정말.. 아무 일 없는데..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