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반틈이나 지나가고..
그렇게 나의 계절도 가고..
나의 한 때도 간다.
바스라져 뒹구는 낙엽이 내 모습과 닮았다.
더 이상 젊지도..어여쁘지도..피어나지도..못한 채..
이리 늙어지고 ..추해지고..시들어가겠지.
댄스공연을 했다.
연습과정이 힘들었다.
몸이 아니라..맘이 ..아무 의욕도 의지도 없이..
내가 왜 한다고 했지..
그냥 도망쳐버리고 싶은 마음 뿐..
그래서 힘들었다.
이런 모습으로..이런 누추한 맘으로..
사람들 앞에 서기가 싫었다.
두려웠다.
본능만이 나를 지배하고..
의지 하나 없이 그저 하루하루..
정말 지겨운 하루들..
정말 길고 암울한 밤..
아무 것도 할 수없고 하기 싫은 암흑..
정말 하루 낮도 싫고 하루 밤도 싫고..
태양도..별도..달도..마주하기 싫다.
정말 아무 것도 하기싫은데..
한 달 넘게..화장품 만들어 달라고 조르는 우나땜에..
억지로 겨우 스킨 로션 바디로션 아이크림 썬크림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뭐가 잘못되었는지..
로션은 실패하고..비비크림도 우나가 원하는대로 색감이 나오지 않았다.
되는 게 없다..되는 일이 없다..
종일..나혼자..아무 방해도 받지않고..잠만 자고 싶다.
아무 생각도 말고..
체리가 새끼를 낳았단다..네 마리나..
동네를 돌다가 돌아 온 체리가 뒤짚더니 배를 보여주고는..
자기를 따라 오라 는 듯이 앞장서길래..가 봤더니
나뭇가지 밑에 새끼를 낳아 놓았더랜다.
혼자서 그 엄청난 산고를 겪었구나..우리 체리가..
네 마리나 낳아서 어쩔려구..
그 생이별을 또 어쩔려구..
내 아이들만이 가까스로 나를 지탱해준다.
그러나 그 아이들 또한 내 우울의 원천이다.
-11.14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