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물을 들여달랜다. 며칠 전 부터.. 아니 방학하기 전 부터 손톱에 봉숭아물 들이고 싶대서.. 고 작고 통통한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였다. 봉숭아 꽃물보다 향기롭게..자꾸만 방긋거린다. 좋은가 보다.. 양손에 겨울 손가락 장갑을 끼고..웃겨 죽겠단다. 정말 좋은가 보다..
지리하고도 아린 하루를 마감할 즈음 잠자리 깔아달라..이불 덮어달라..알람 귀옆에 갖다 달라..불 꺼 달라.. 장갑 낀 손이 자유롭지 못하니..별별 요구를 다 한다. 엄마..또 부른다. 왜.. 음~~하며 입술을 내민다. 뽀뽀를 해준다. 쪽~쪽~ 열 번은 기본이다. 참 달다.. 아이의 입술은 참 향긋하다. 봉숭아꽃물 보다 붉은 너의 입술..보다 향기로운 너의 입술.. 잠들 때 까정만 지 옆에 누우랜다. 왠 일로 자장가를 불러달란 소리는 않고
'엄만, 세상에서 제일 슬픈 노래가 뭐예요?'
'글쎄.. 엄만.. 다.. 슬퍼...'
'난 클레맨타인이 젤 슬픈 거 같아요..'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 흥얼거리며..
'오늘은.. 오늘은.. 이 가락이 슬프네..'
'가을밤이.. 너무 슬프다.. 쏭아.'
쏭이가 팔베개를 해준다. 열 한 살 나의 작은 딸이 불혹을 넘긴 나에게 팔베개를.. 쏭이의 품이..우리 아가의 품이..엄마를 안을만큼이나 자랐구나.. 참..따스하다..참 따스하구나..품이란 거..안김이란 거.. 꼭 껴안고 내 어깨를 토닥거린다. 내가 저에게 해준 거 처럼..토닥토닥..엄마의 외로운 등을 토닥여준다. 잠든 듯 하여..볼에 입맞추고 일어나려 하니 다시 껴안으며..토닥여준다. 토닥.. 토닥.. 토닥..
오늘은 내가 아이가 된 하루.. 봉숭아꽃 붉게 물든 하루..
-벗님.8.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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