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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쏭이 이야기

봉숭아 꽃물

by 벗 님 2008. 12. 22.

 

 

 

               

 

 

     봉숭아물을 들여달랜다.

     며칠 전 부터..

     아니 방학하기 전 부터 손톱에 봉숭아물 들이고 싶대서..

     고 작고 통통한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였다.

     봉숭아 꽃물보다 향기롭게..자꾸만 방긋거린다.

     좋은가 보다..

     양손에 겨울 손가락 장갑을 끼고..웃겨 죽겠단다.

     정말 좋은가 보다..

 

     지리하고도 아린 하루를 마감할 즈음

     잠자리 깔아달라..이불 덮어달라..알람 귀옆에 갖다 달라..불 꺼 달라..

     장갑 낀 손이 자유롭지 못하니..별별 요구를 다 한다.

     엄마..또 부른다. 

     왜..

     음~~하며 입술을 내민다.

     뽀뽀를 해준다. 쪽~쪽~ 열 번은 기본이다.

     참 달다..  아이의 입술은 참 향긋하다.

     봉숭아꽃물 보다 붉은 너의 입술..보다 향기로운 너의 입술..

     잠들 때 까정만 지 옆에 누우랜다.

     왠 일로 자장가를 불러달란 소리는 않고

 

 

     '엄만, 세상에서 제일 슬픈 노래가 뭐예요?'

 

     '글쎄.. 엄만.. 다.. 슬퍼...'

 

     '난 클레맨타인이 젤 슬픈 거 같아요..'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 흥얼거리며..

 

     '오늘은.. 오늘은.. 이 가락이 슬프네..'

 

     '가을밤이.. 너무 슬프다.. 쏭아.'

 

 

     쏭이가 팔베개를 해준다.

     열 한 살 나의 작은 딸이 불혹을 넘긴 나에게 팔베개를..

     쏭이의 품이..우리 아가의 품이..엄마를 안을만큼이나 자랐구나..

     참..따스하다..참 따스하구나..품이란 거..안김이란 거..

     꼭 껴안고 내 어깨를 토닥거린다.

     내가 저에게 해준 거 처럼..토닥토닥..엄마의 외로운 등을 토닥여준다.

     잠든 듯 하여..볼에 입맞추고 일어나려 하니

     다시 껴안으며..토닥여준다.

     토닥.. 토닥.. 토닥..

 

     오늘은 내가 아이가 된 하루..

     봉숭아꽃 붉게 물든 하루.. 

 

 

 

 

 

 

-벗님.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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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를 하고 왔어요.
큰 애 학교 태워주고 오는 길에
가을이네요..정말..가을이 왔네요
못견딜 줄 알았어요.
지독할거라 짐짓..두려웠어요.

하늘이 예뻐요.
구름도 맑아요.
바람은 알맞게 나에게 안겨요.
그대도
저 하늘을..구름을..바람을..느끼시나요
이 가을 안에서 고요하신가요
아..제게도 가을이 왔어요   2008-08-27 08:27:58
 
아니요..
고요로운 시간들은 아주 잠깐씩이네요..
아니요..
고요롭지 않은 시간이 더 잦군요..

가을..이..
왔어요....   2008-08-27 08:37:20
 
눈물로 눈물을 이길 수 있을까..
두분 이미 가을에 푹 던져지신듯..
  2008-08-27 10:20:43
 
웃음으로 바꾸라 하더군요..어느분이..
눈물이 좋다 했지요..제가..
어느날엔가는..
행복에 겨워 울 날이 있을터이니..
행복한 눈물을 흘릴터이니..   2008-08-27 16:11:09
 
행복 눈물은 어떤색일까...?
보고싶다..
꼭 보여주시길...
  2008-08-27 22: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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