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일요일..
조금 느긋한 아침 시간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내 남자가 산 아랫자락 산행로 입구에 날 떨궈주고..
오늘도 나 홀로 산을 오른다.
한번 다녀 온 무봉산..
두 번째라 익숙하고 편안하다.
오늘은 D 코스로 올라서 A 코스로 하산할 예정이다.
산 초입부터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입구에서부터 다음에 이 길로 또 올라야지..
그런 마음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 예쁜 산길이었다.
산다람쥐를 만났다. 토종 다람쥐..
산길에서 청설모는 종종 만났지만
토종 다람쥐를 만나는 일은 참 귀한 일인데..
운이 좋았다.
돌탑 앞에서 멈추어 작고 예쁜 돌멩이 하나를 고른다.
안전한 자리에다 살며시 놓아두고
두 손 모아 소원을 빌며 세 번 절을 한다.
세 번 다.. 한 가지 소원만 빌었다.
우리 쏭이 제발 다이어트 좀 해서 날씬하게 해 달라고..ㅎ~
해발 360M의 야트막한 산이라 금세 정상에 올랐다.
정상엔 미니 편의점? 이 있다.
서글하고 착해 보이는 젊은 남자애가 오늘도 장사를 하고 있다.
아이스크림도 있고 컵라면도 있고 어묵탕도 있고
막걸리도 있고 안주거리도 제법 있는 눈치다.
장사도 솔솔 하게 잘 되는 편인 듯.. 바쁘다.
내 맞은편의 남자는 산악자전거를 끌고 왔다.
선글라스 너머로 사람 풍경을 훔쳐보며 한참을 머물다
하산한다.
하산길.. 쉼터의 정자에서 산바람을 맞으며 오래 앉아있었다.
이 곳 동탄이 신도시라서 그런지
산에도 젊은 부부들이 어린아이들을 대동하고
가족산행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 더운 날에 웬 개고생이냐는 듯한 지친 표정의 아이들..
엄마, 어디냐? 는 우나의 톡이 왔길래
저 사진을 몰래 담아서 톡으로 보내었더니..
우나 지 어릴 적 생각이 난단다.
우나가 김밥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그때 운악산에서의 기억 때문이란다.
운악산..
멋모르고 그 험한 산엘 어린 우나랑 쏭이 데리고 올라갔으니
산길에 주저앉아 여길 왜 올라가느냐고 떼를 쓰던
초딩 우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나는 그 날 이후로 산도 김밥도 다 싫어하게 되었다며 종종 말하곤 했었다.
아이들에게 일찍이 산을 사랑하게 하고 싶단 성급한 욕심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경우다.
저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우리 집의 잘못된 경우를 떠올린다.
그래도 모르지.. 저 아이들은 우리 우나와 달리 저 기억으로
나중에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될지도..
하산길엔 인적이 드물고
산길엔 사람의 발자욱 흔적도 거의 없이
하산하는 내내 간을 졸였다.
산을 다 내려와서
돌돌 개울물 흐르는 소리 들리고..
개울가엔 찔레꽃 하얗게 핀 찔레 덤불이 우거져 있고..
집들도 보여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
중리 저수지에 있는 정자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산할 때 먹으려고 사간 간식을 먹으며
이 곳에서 한풀 쉬어간다.
집까지 도보로 걸어가려면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중리 저수지 가엔 유유자적 낚시를 하는 사람이 더러 보이고
유월로 가는 풀빛이 하 싱그러운 날에..
- 벗 님 -
♬~ 꽃 물 / 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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