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빠 산소에서 내려다 본..
내 고향마을..
내가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던 내 고향..
♥
올해는 다섯 사위가 모두 왔다.
울 아빠 하늘나라에서 무척 좋아라 하셨을 것이다.
추석 명절 당일..
처갓집 장인어른 산소에 차례 지내러 오는 대한민국 남자..
얼마나 될까..
그것도 차가 안막혀도 3시간은 족히 걸리는 먼 길을..
참 고마운 우리 제부들..
그리고 내남자..
물이 아래로 흐른다고..
맏사위인 내남자가 본을 잘 보인 덕분이리라..
세상 없이 착하기만 하셨던..
울 맏어메(큰엄마)..맏아부지(큰아빠) 무덤..
울 아빠 무덤가 근처에
토실한 도토리가 지천이였다.
나랑 막내 영아랑 둘째 랑이랑 울 엄마랑..
무덤가 근처의 도토리만 주워도 제법 많았다.
세째 제부가..
" 장모님, 다람쥐들 다 굶어죽겠습니다."
농을 한다.
엄마는 아파트 가서 도토리 까면 민폐라며..
아빠 무덤가에서 바로 도토리를 깐다.
나도 울 엄마 옆에 마주앉아 도토리를 깐다.
어려서부터 엄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가 하는 일을 도우는 일이..
무슨 소꿉장난 마냥 재미있었다.
내남잔 무척 곤했던지..
탁탁 돌멩이로 도토리를 까는 옆에서
드르렁 쿨쿨 잘도 주무신다.
늘 그러하듯..
우리는 아빠산소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엄마가 준비해오신 나물과 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라면도 끓여먹고..
커피도 끓여 마시고..
도토리도 줍고..
아빠산소가의 잡풀도 뽑고..
그렇게 한참을 아빠곁에 머물다..
해거름이 길어지는 늦은 오후..
모두 울산 엄마집으로 출발을 한다.
올핸 또 차가 얼마나 막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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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