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긴 시간..
딸들은 시험기간이라 지들 방에서 열공 중이고..
살짝 삐친 내남잔 일찌감치 안방으로 들어가시고..
마취약 기운탓인지 낮에 쇼파에서 정신없이 낮잠을 잔 탓인지..
약간 어지럽긴 하지만 정신은 말짱하네요.
개기월식이였다지요?
" 엄마, 달이 안 보여.."
학원 마치고 밤길을 나서던 쏭이가
아파트 빌딩숲에 가려 달이 안보인다며..전화가 왔네요.
'아차? 오늘 개기월식이랬지..;
그제야 생각이 난 나는. 얼른 베란다로 나가 밤하늘을 쳐다 봤어요.
초저녁이라 달님은 동편에서 초승달처럼 빛나고 있었어요.
공부하는 우나에게..
"우나야 개기월식이라는데 이따 성렬이 만나러 갈 때 달구경 하고 와.."
딸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막상 나는 귀찮아..
그냥 베란다에서 삐죽 구경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네요.
가을이라 그런 걸까요?
요즘..그냥 힘이 빠지네요.
매사에 의욕이 없고 딱히 즐거울 일도 없네요.
설거지를 하는데 쏭이가 내 뒤에 와서 살짝 껴안아주네요.
기집애 안하던 짓을 다 하구..
"깜짝이야? 난 또 아빤 줄 알았네..너 왜 아빠가 하는 행동을 해?"
" 엥? 아빠가 이래?"
" 그럼 니들 안 볼때 맨날 이러지? "
오늘은 계속 전화질이였네요.
"엄마, 나 학원 가는 중이야."
"엄마, 나 집 가는 중이야."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
"엄마, 오늘 달 봤어?"
참 세상 물정 모르고 반찬도 못하고 돈도 못 벌구
살림도 별루인 엄마인데도..
딸들에겐 그래도..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하루에도 수 십번 불러보고픈 이름인가 봅니다.
엄마..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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