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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탱자열매에 대한 추억

by 벗 님 2014. 9. 24.

 

 

 

 

 

탱자열매만 보면 떠오르는 어린 날의 추억..

 

 

 

 

 

 

 

                        갯메꽃     송수권 詩 / 찌르 - 작편곡소리

 

 

♬~~

 

 

채석강에 와서 세월따라 살며

좋은 그리움 하나는 늘 숨겨놓고 살지

수평선 위에 눈썹같이 걸리는 희미한 낮달 하나

어느 날은 떴다 지다 말다가

이승의 꿈속에서 피었다 지듯이

평생 사무친 그리움 하나는 바람 파도 끝머리 숨겨 놓고 살지

어느 날 빈 자리 너도 와서 한번 목 터지게 불러 봐

내가 꾸다꾸다 못 다 꾼 꿈 이 바닷가 썩돌 밑을 파 봐

거기 해묵은 얼레달 하나 들어 있을 거야

부디 너도 좋은 그리움 하나 거기 묻어놓고 가기를

때로는 모래밭에 나와 내 이름 목 터지게 부르다

빼마른 줄기 끝 갯메꽃 한 송이로 피어

딸랑딸랑 서러운 종 줄을 흔들기도 하지

 

 

 

 

 

 

 

 

 

 

 

 

 

 

 

탱자열매에 대한 추억..하나..

 

 

외갓집에 놀러갈 적이면 ..

산비탈을 불도저로 밀어 깎아놓은 신작로길을 따라 쭈욱 걸어가야 했다.

외갓집에 가면 외숙모가 날 참 이뻐해 주셨고..

나랑 한 살.. 두 살 ..네 살..터울의 언니오빠가 있어..

나랑 잘 놀아주어서 난 늘 외갓집엘 가고시퍼 했었다.

문득 외갓집에 가고시프면 엄마를 졸랐다.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시던 엄마는 어린 동생을 업은 채로..

나를 굴다리 밑에까지 데려다 주시곤 하셨다.

 

거기서부터 외갓집까지 혼자 오가던 길에..

짙은 초록빛의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다.

그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날 적이면 탱자나무 가시를 똑 따서..

침을 묻혀 코끝에다 붙이곤 했었다.

그건 외갓집 정숙이언니가 가르쳐준 일종의 재밌는 놀이였다.

간혹은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동그란 탱자열매를 발견하기도 했는데..

팔이 가시에 긁히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까치발로 탱자열매를 기필코 땄었다.

 

참 귀했으니까..

먹거리가 귀했기에 웬만한 건 다 입으로 가져가 먹었던 그 시절..

탱자열매도 예외는 아니였다.

지금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여오는 그 시큼한 탱자열매를..

한 입 베어먹고는 퇘퇘 뱉으며 외갓집 가던 길..

 

 

 

 

 

 

 

 

 

둘..

 

 

날이 추워지거나 찬비가 내려 오슬해지면..

내 피부엔 어김없이 두드러기가 도들도들 돋아났었고..

놀라신 엄마는 검은천이나 옷으로 내 몸을 포옥 감싸고는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셨다.

그리곤 밤이면 탱자열매로 즙을 낸 물로 목욕을 시켜주셨다.

나는 어렴풋하지만 또렷이 기억한다.

 

겨울날 방 한구석에서 다라이에 앉아

탱자물에 나를 씻겨주시던 엄마의 손길을..

탱자물은 끈적끈적해서 몹시도 싫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느껴지던 엄마의 사랑..

 

병원의 문턱이 하도 높았던 그 시절..

엄마는 그렇게 민간요법으로 나의 두드러기를 치료해주셨다.

 

 

탱자나무만 보면 생각나는 유년의 추억..기억..

다라이에 앉아 발가벗고 오돌오돌 떨고 있는 어린 나..

그런 나를 엄마가 탱자물로 씻겨주시던 그 장면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

선연히 클로즈업 되곤 한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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