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샾한 사진이랑 이 사진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의 사진을 올리기로 한다.
뽀샾을 하면 주름이나 잡티를 가려주어 화사해보이지만..
대신 눈빛이 희미해진다.
내 눈은 슬프다.
웃고 있어도 슬프다.
어려서부터..자라면서..
눈이 슬프다는 말을 마니 들었다.
자기애가 무척 강한 나는..
우수에 젖은 듯한
내 슬픈 눈빛을 사랑한다.
하루..비가 내렸다.
아침창을 열고 내리는 빗줄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가랑비다.
가늘은 빗줄기가 예뻤다.
비는 다 예쁘다.
는개비 안개비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 소낙비..
비란 비는 다 예쁘다.
비가 내리는 날의 그 오슬오슬한 느낌을 좋아한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랬다.
밤새 비 내린 후라 그런지..
길가 보드블록 위에 벚나무 잎새가 낙엽되어 뒹군다.
가을이다.
이 비 그치면 가을은 성큼 깊어갈 것이다.
요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
일부러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비에 젖고 시펐다.
가랑비는 더욱 가늘어져 보슬비로 내린다.
얼굴에 와 닿는 그 포슬포슬한 비느낌이 좋다.
참 좋다.
집 앞이다.
문득 멈추어 선다.
집에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밤은 깊어 가는데..
어디든 가고 싶고..
누구든 만나고 싶고..
무어든 얘기 나누고 싶다.
비 내리는 밤은 깊어가는데..
문득..외롭다.
문득..슬프다.
문득..그립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