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께도 인사를 드리고..
우리는 아빠산소 곁에 둘레둘레 모여앉아 가져온 도시락을 먹는다.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엄마는 배가 안고프다며 아무 것도 드시질 않으려 하신다.
아니..못드시는 것 같았다.
우리 자식들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먹고 떠들고..웃고..하는데..
엄마는..그러시질 못하신다.
♥
엄마는 아빠의 유품을 정리할 때..
생전에 아빠가 가장 즐겨 입고 좋아하셨던 옷 몇 가지를 남겨두셨다가..
이번에 가져와서 아빠 무덤 옆에서 태우신다.
이제 날이 추워지면 아빠께 필요할 것 같다시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승과 저승의 길이 억겁의 길이라 도저히 만날 수 없다 하더라도..
아빠는 영혼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는 걸..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아빠 무덤 앞의 키 큰 떡갈나무를 베어주라..
내겐 고향오빠뻘 되는 상호오빠께 지난번에 부탁을 했었다.
촌수로 오빠뻘이지만 일흔이 넘으셨다.
그런데 농사철에다 여러가지로 바쁘셨던지..아직 베어놓지 않으셨다.
어차피 내남자가 아빠 무덤에 올 때마다 한 두그루씩 베어내자 했던 터라..
네째 제부가 전기톱이랑 나무 자를 도구들을 챙겨와서..
그 중..가장 키 큰 떡갈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쳐낸다.
그리곤 바톤을 이어받아 막내제부가 올라가 톱으로 가지를 자르기 시작한다.
보는 마음이 왠지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하다.
그 와중에..요란한 전기톱 소리가 나고 아이들이 시선이 그리로 향한다.
아니나 다를까..
톱으로 굵은 나뭇가지 두 개를 자르고 나무에서 내려오던 막내제부..
팔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나무 아래로 추락해버렸다.
얼핏보면 그냥 뛰어내린 듯이 보여..
엄마는 그 높은 곳에서 위험하게 왜 뛰어내렸냐며..
놀라 나무라셨지만..
사실은 손을 놓쳐 떨어진 것이였다.
천만다행인 것은 평소 산악자전거를 타서 운동신경이 있어 그런지..
그 와중에도 비탈진 곳에 안전하게 착지를 했다.
정말 정말 아찔하고 큰 일 날 뻔 한 사고였다.
그 다음으로 내남자가 전기톱을 건네받아..
커다란 떡갈나무들의 밑둥을 자르기 시작한다.
왠지 불안해서..아서라..말어라..말렸지만..
위풍도 당당하게..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쓰러질 적 마다..
나는 꽥꽥 소리를 질러대었다.
" 아빠 빨리 피햇~~!!"
결국 내남자가 전기톱으로 아빠 무덤 앞을 가로막고 있던 떡갈나무들을..
거의 다 베어버렸다.
엄마는 안그래도 아빠 무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나무들 때문에..
내내 마음이 쓰였었는데..
이젠 마음이 편해지셨다며 좋아하신다.
"엄마, 거 봐..그래도 맏사위가 최고지??"
그렇게 우리는 또 한바탕 웃었다.
아빠 무덤가에 토실토실한 도토리가 지천이다.
우리는 도토리를 줍고 무덤가의 칡넝쿨에서 칡도 캐고..
그리고 빨간 찔레꽃 열매를 채취한다.
찔레꽃 열매를 말려서 차처럼 끓여먹으면..
기침이나 감기에 좋은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빠의 무덤 곁에서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간다.
또 언제나 올까..
울아빠 뵈오러..
또 언제 오지?
그러고 보니..무심한 딸들은 언제 다시 오마 기약도 없이..
산길을 내려간다.
내려가다 돌아보니..
엄마는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시고..
아빠의 무덤 곁을 맴돌고 계신다.
잘 있으라..편히 계시라..또 오겠노라..
그렇게 당부의 말씀을 드리며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자식들 훌훌 다 떠나고 난 뒤에도..
엄마는 그렇게 아빠 곁을 한참을 떠나질 못하셨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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