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캐낸 고구마 중에..
못생기고 알이 작은 꼬투리 고구마를 삶아서 시식을 해 본다.
타박하니 당도도 적당하고 맛이 괜찮다.
♥
세째 제부가 파김치가 먹고싶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밭에 가서 쪽파를 한아름 뽑아온다.
그런데 아주 여리고 어린 놈들을 잔뜩 뽑아와서..
하나하나 다듬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좀 실하고 굵은 것을 뽑아 올것이지.."
세째 월이가 자기 신랑을 타박한다.
농사일을 잘 모르는 제부의 작은 실수가 우리는 그냥 웃길 뿐이다.
결국..아주 가늘은 쪽파는 다시 밭에 심어주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밭에다 쪽파를 다시 심어보라 하니..
무슨 재미난 놀이라도 생긴 양..즐거워 하며..
무궁화 나무 심듯이 밭에다 쪽파를 다시 심는다.
얼음골 사과축제에서 얻어온 무궁화 모종을
길가에다 심고 있는 아이들..
어린 유담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도 할래..나도 할거야.."
따로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땅을 파고..모종을 심고..물을 준다.
무슨 일이든 아이들에겐 신나는 놀이가 된다.
닭장에는 토종닭이 토실토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날마다 달걀을 숨풍숨풍 잘도 낳는단다.
금방 낳은 따뜻한 달걀을 회수하러 닭장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들..
유정란으로 계란후라이를 하니 노름자색깔이 어쩜 그렇게 샛노란지..
풍산개 몽이..참 순한 놈이다.
그런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절대 집안으로 들어가질 않고..
그저 묵묵히 비바람이나 눈보라를 맨몸 고대로 다 맞고 서있단다.
위에 우산을 받쳐주기도 하고 새로 집을 지어 주기도 하고..
갖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은 바깥에 나와서 비바람 다 맞으며 저렇게 앉아 있단다.
집이나 막힌 공간에 대한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 걸까..
밀양얼음골의 겨울..몹시도 혹한인데..
몽이는 다시 그 시린 겨울과 맨몸으로 맞서야 한다.
엄마는 ..
오늘 수확한 고구마며 돼지감자.. 무..호박..사과를..
다섯 딸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박스며 봉다리에 골고루 나누고 계신다.
이렇게 엄마의 텃밭에서 수확한 소담스런 작황들은..
다시 다섯 딸들에게 골고루 배분된다.
평화롭고 아름답고 행복했던 하루가 그렇게 흘러가고..
다섯 딸들은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나만 빼고..그래도 다들 엄마네집과 지척에들 살고 있어서..
늘 엄마를 챙겨주는 내동생들..
어젠..엄마가 건강검진을 하셨다.
위내시경이랑 대장내시경을 동시에 해야하기에..
수면마취를 한다고 하니 저혈압인 엄마가 걱정이 되었다.
건강검진이 있는 날..
전화를 하니 둘째 랑이가 엄마를 모시고 병원엘 갔단다.
늘 수고하는 고마운 내동생..랑이..
고맙다..고생한다..는 말 한 번 변변히 못하는 못난 언니라서..
미안하다.
그리고 참 고맙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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