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마루정
♥
남산의 정자에는 모두 신발을 벗고 올라가라는 안내글이 씌여있나 보다.
등산화를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정자마루가 반짝반짝하니 정갈하게 유지되어서 좋았다.
정자 한켠에는 어르신들이 유유자적 장기나 바둑을 두고 계시고..
정자에서 내려다 보이는
태화강 줄기..십리대밭길..저어 멀리로는 유년의 마을 복산동..
동무들과 오르내리던 백양사..
보이는 곳곳마다 유년의 추억과 기억이 함께 머물러있는 곳..
나에겐 제 2의 고향인 울산땅..
전망대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길..
두 갈래 갈림길이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마침 벤치에 앉아있는 두 아낙에게 물었더니..
한 길은 그녀들이 올라온 길이고..
한 길은 그녀들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란다.
엄마랑 나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결국 후회했지만..
산길에 빨간 망개열매가 아름아름 열려있었다.
저렇게 조로로롱 달려있는 망개열매는 또 처음이다.
저만큼 앞서가는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이것 봐..망개나무에 열매가 이렇게 많이 달렸어."
산을 더 타야 하는데..
우리는 엉뚱한 곳으로 하산하고 말았다.
주인 없는 무덤터가 있었고..
군데군데 아주 오래된 비석도 보였다.
이곳은 묘월 묘시에 개발에 들어갈테니..
무덤을 빨리 이장하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버려진 무덤..
오랜 세월 속에 자손들에게조차 잊혀진 이름없는 무덤들..
산 아래길의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낯익은 중학교 이름이 나온다.
그러고보니 조카 다현이가 다니는 중학교인 듯 하다.
그러면 이 근처에 우리 세째 월이네 아파트가 있다는 얘긴데..??
어쩌다 보니 엄마랑 나랑 남산 아래 월이네 집 근처에서 맴돌고 있었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가라는 월이..
엄마랑 난 그래도 아쉬워 다시 남산을 오르기로 한다.
다시 남산을 오르길 정말 잘 했다.
이 경치를 자칫 놓칠 뻔 했으니..
울산을 우리나라 제1의 공업도시로 발전시킨 원동력인 태화강 줄기..
태화강의 기적..이라고들 했었지.
덕분에 공해도시라는 오명도 덮어썼지만..
내겐 정겨운 유년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
남산은 ..
내 어릴적 동무들과 오르던 그 남산는 아니였다.
공원처럼 운동기구며 정자를 지어놓았고..
채조부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던 장소인..
억새 바람에 흔들리던 그 구릉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가 어딘지..
옛모습은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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