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아침..
내 남자 산책길에 따라나선다.
호수공원의 메타쉐콰이아길..
호수는 갈빛으로 버석거리고 아직 봄물은 오르지 않았지만..
햇살이 느껴오는 공기에선 봄내음이 난다.
♥
메타쉐콰이아길을 따라 걸으며 늘 내 눈길을 끄는 간이 찻집..
이 길을 십여 년 걸으며..저 찻집을 십 여년 바라보며..
어찌 단 한 번도 들어가보질 않았다.
어스름 깔리는 저녁 무렵이면 꽁지머리의 주인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통기타를 치거나 모닥불을 피워 군고구마를 굽거나..
멀리서도 그런 풍경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지날 때마다 한 번 가보고 싶다 하면서도 어찌.. 한 번을 못 갔을까..
"아빠, 언제 기회 되면 우리 저기서 커피 한 잔 마셔요."
시큰둥한 내 남자..
아마 내 남자의 이런 시큰둥한 반응 때문에 여직 가보지 못했는지도..
느린 내 보폭에 맞춰 느릿느릿 저만큼 앞서 걸어가는 내 남자..
메타쉐콰이아 길 모퉁이 트럭에서 호떡을 판다.
저만큼 앞서 가는 내 남자를 불러 세운다.
"아빠, 나 호떡 하나 사줘요."
한 개에 천 원씩 하는 호떡을 하나씩 입에 물고 메타쉐콰이아길을 걷는다.
호떡은 완전 별루였다.
이왕 만들어 파는 거..
먹는 사람이 맛있게 기분 좋게 먹을 수 있게 만들면 좋을 텐데..
맛보다는 재료값을 최대한 아낀 듯이 느껴지는 참 빈약한 호떡..
이승철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천 번이고 다시 태어난대도
그런 사람 또 없을 테죠
슬픈 내 삶을 따뜻하게 해준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라페의 커피점에 들렀다.
커피맛이 좋아 내 남자가 산책길에 가끔 들리는 곳이란다.'
분위기는 그저 그랬지만 커피맛은 내 남자 말처럼 괜찮았다.
제법 쌀쌀한 아침 날씨에도 내 남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난 언제나처럼 따스하고 부드러운 라테를..
오늘 어느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얼핏 들은 말인데..
아이스커피를 즐기는 사람보다 따스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마음이 더 따스하다는..
따스한 것이 몸안으로 스며들면 왠지
마음도 따스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얼만큼 신빙성이 있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거 같다.
달달한 걸 먹으면 마음도 달달 해지는 것처럼..
따스한 걸 먹으면 마음도 따스해지는 듯..
- 벗 님 -
저 호떡은 건호떡이라 원래 그런거에요~~
밀대로 밀어서 구운 펏펏한 맛이 일품!
군침 돌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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