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정상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던 선자령 정상이 한산하다.
사람들은 얼른얼른 인증샷만 찍고 하산을 서두른다.
그만큼 혹한의 날씨였다는 얘기다.
♥
모 방송국 헬기가 뜨고 정상에 선 우리를 촬영하기에..
내남자가 손을 흔들어 주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8시 뉴스를 보니 한쪽 귀퉁이에서 손을 흔드는 우리 부부가 포착되었다.
그것도 자랑이라구 집에 와서 딸래미들에게..
<엄마,아빠 뉴스에 나왔다.>하구 자랑했다는..ㅎ~
◆ 삼거리
뚜껑을 여는 순간 밥알이 꽁 얼어버릴 지경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바람이 덜 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들오들 떨면서 먹는 산정만찬이지만..
이 또한 겨울 산맛이기에..좋다.
◆ 국사 성황사
원래는 오르는 코스 중에 제 1의 코스였지만
우리는 역으로 제일 막바지에 이 곳엘 들렀다.
내남자가 다른 코스로 방향을 잡는 바람에 이 곳을 거치지 못했다고..
오르는 내내 내가 투덜거렸더니..
하산길에 조금 돌아가더라도..이곳엘 들러가자는 내남자..
마침 굿을 하는 중이였지만 가까이 가보지는 못하고..
무당인 듯한 여인이 마루에서 펄쩍펄쩍 뛰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내가 인쇄해온 지도를 보여주면서까지 설명을 했는데..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니 지도 다시 확인해보라고 하니..
" 이 길이 맞다니까 짜증나게 왜 자꾸 그래?"
내 말은 콧등으로도 안 듣고 옆에서 아이젠을 차는 여인들에게
이렇게 해라..저렇게 해라..괜한 참견이나 하구 앉았다.
결국 산 중턱쯤 가서야 내가 가고자 한 국사성황사 방향이 아닌 걸 알고는..
겸연쩍게 웃으며..이 길이 아니였네..하기에..
엄청 열받은 나는..옆에 사람들이 있건말건..
"남의 여자 아이젠 차는 거 신경 쓸 동안에 지도나 한 번 더 확인할 것이지..@#$%^"
씩씩~ 대며 쏘아 붙이니..얼른 저만큼 내빼는 내남자..
그래도 성이 안차서 등 뒤에다 대고 한바탕 더 쏟아부었더니..
앞에 가던 부부가 우리를 힐끔거리며 킥킥~~거린다.
그렇게 오르는 내내 나는 기분이 별루였구..
내남잔 그런 내 눈치를 살피며 전에 없이 다감한 척을 하구..
그럭저럭 정상에 오르고나서야 그나마 기분이 풀어지더라는..
해발 1457m 선자령 정상에서..
산은 언제나 나를 가슴 뛰게 한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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