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지만..덥다.
거실의 치렁한 커튼이 펄럭이지만..덥다.
요즘 같이 무더운 날엔 에어컨을 켜야하겠지만 ..
사실 난 작동법을 모른다.
내가 에어컨을 직접 켠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켤려면 켜겠지만 귀찮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폭염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31도 32도에도 이리 헉헉거리는데..
우리 우나 태어난던 그 여름 칠월은
40여년만에 찾아온 40도를 육박하는 살인적인 여름날이였다.
문득 여름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친정엄마 하필 팔을 다치시는 바람에
동생 주야가 몸조릴 해주긴 했지만..
고등학교 갓 졸업한 동생이 몸조리를 제대로 해줬을리 만무하고..
내남잔 돈 번다고 타지에 가 있고..
낮 밤이 바껴 밤새 빽빽 울어대는 갓난쟁이 우나 데리고..
창문도 자그마한 단칸셋방에서 몸조리 하면서..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발바닥만 빼고 온 몸에 땀띠가 솟구쳤고..
접히는 부분마다 짓무르고..끝내는 몸조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몸조리고 뭐고 간에 선풍기 바람 쐬고 시원한 물에 샤워도 하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우나 첫돌 때까지 아침마다 손발이며 온 몸이 퉁퉁 붓고,,
팔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어 무척 고생을 했었다.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계단 오르내리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였으니..
요즘에야 에어컨도 있고..
다들 몸조리도 잘 하겠지만..우리어머니 세대만 해도..
산후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숱하게 많았으리라.
하여..한여름에 태어난 여름아이들은 어머니께 더욱 잘 해야 할 것이다.
"알았지..우나야.."
"너 낳고 엄마 을매나 고생한 줄 아러~~!!!"
폭염의 날들 속에..
문득 그 해 여름이 떠올라..
여름아이들의 탄생을 축복하며..
린 바람에 머문다
긴 하루가 저문 이 거리
나 무심코 바라본 하늘엔
다 잊었다 말하던 꿈들
붉게 물든 마음
바람이 불어 눈 감으면
기억은 간절한 그리움으로
머물러 쉰다 나를 감싼다
살며시 어루만진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