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눈이 내린다는 내남자의 말을 잠결에 설핏 들었어요.
맘은 반가왔지만 몸은 그냥 누워 뒤척이기만 했어요.
아침 창을 여니 밤새 눈이 제법 내렸었던가 봐요.
소복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쌓일만큼은 내렸네요.
이런 세상..아름답지 않나요?
하얀 눈이 내린 세상 위로 다시 몽환의 안개가 내리는..
나는 선명하거나 밝고 화사한 세상보다는
이런 흐릿한 세상이 좋아요.
그냥 편안해요. 맘이..
설 쇠고 와서 연 이틀 배앓이를 했어요.
어젠 종일 딩굴거리며 앓았었네요.
내남자가 손가락을 따 주었지만 별 효관 없었어요.
창자가 꼬이듯 아팠거든요.
아프면 아픈대로 무식하게 그냥 앓고마는 난..
따끈한 매실차 한 잔으로 아픔을 달래기로 했어요.
아침에 몸이 약간 개운한 게..
아마 매실차 덕분이 아닌가 생각해요.
내남자가 밀린 설거지도 하고 주방도 말끔히 치워놓았네요.
아이들이랑 밥도 끓여먹고..
가끔 이리 아프면 차라리 편하단 생각이 들어요.
아픔을 핑계로 그냥 하염없이 잠 잘 수 있고..
암것두 안해도 되니까..
다시 찾아온 일상..
그래도 눈이 내려 조금은 특별한 오늘..
지금 창밖에 햇살 가득하고 그나마 조금 쌓인 눈도 녹아내리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살아보기로 해요.
그렇더라구요..
살아간다는 일이 참 힘겨웁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닐 거예요.
나에게 주어진 생의 하루를 내 방식으로 살아야 할테죠.
무엇이 옳고 무엇이 최선이였다곤 말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의 상황들을 견디고 극복해야만 하겠죠.
♡
세상이 흐릿하여
길도 앞도 보이지 않는 암담한 날들엔..
그냥..
나의 하루를 다정하게 보듬어 보렵니다.
나의 순간을 소중하게 껴안아 보렵니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