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자가 아버님께서 하시던 것 처럼 아랫채에 군불을 때고 있다.
연탄 보일러를 처음 때던 날..연탄가스를 마신 시댁식구들..
그 후..보일러를 뜯고 아궁이불로 다시 원상복구하시고..
평생을 그렇게 군불로 난방을 하는 아랫채..
우리가 온 날이면 방바닥 가운데가 까맣게 타도록..
뜨끈뜨끈하게 군불을 지피시던 아버님..
그 마음이 아버님만의 사랑표현이고 마음이셨던 게지..
나는 저 타오르는 불줄기가 참 좋다.
어린날 큰엄마께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면..
고 옆에 쪼그려 앉아있곤 하던..네 다섯살의 내가 있다.
불장난을 좋아했고..그런 이유였을까..
초등 2학년에도 이불에 지도를 그린 적 있는 오줌싸개였던 나..
캠퍼스 잔디도 태워먹고..그걸 끄느라 내남자 신발도 태워 먹고..
남의 논두렁의 짚가래를 활활 태워먹기도 하고..
러브로드 산길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모닥불도 피우고..
불로 인한 나만의 일화가 몇 개나 될만큼..
불을 좋아한다.
타닥타닥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
타는 나무내음..아릿한 연기..
그 열기..타는 뜨거움..
춤추는 불줄기..그 난무..무념..
- 벗 님 -
201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