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미안해하지 말았음 좋겠어요.
아니..무척 미안해 했음 좋겠어요.
지금 난 무척 힘이 드니까요.
♥
늦은 오후..
해 다 질녘에 자전거를 타고 호수나 한 바퀴 돌고..
아람누리 가서 책 읽으면서 남은 하루를 소일하렸더니..
잠시 멎은 듯 하던 빗방울이 다시 듣기 시작합니다.
뭐..어떻습니까..
비 내리면 ..비 맞으면 ..되는 것을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후훗~사실 이 경우엔 어울리지 않는 말인데..
난 비 맞는 거 ..좋아라 하니..
아무래도 호수로 가는 거 무리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냥..아람누리에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젖은 몸을 말리려 2층 로비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홀짝입니다.
빗방울이 후드득~번쩍 번개도 하늘을 예리하게 가릅니다.
저 아래 다소곳이 앉은 여자가 보입니다.
젤 위의 사진이 그 여인입니다.
누굴 기다리는지..저리 다소곳한 자세로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쇼파위에 누군가가 읽고는 두고 간 신문이 있습니다.
커피를 홀짝이며 신문을 뒤적이며..
비에 젖어 꿉꿉한 몸을 말립니다.
몸이야 말린다지만 ..
갈피없는 이 마음은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열람실 안으로 들어가 ..
고양시 작가들의 작품만 진열된 칸에서 책 몇권을 집어듭니다.
그 중..김지하의 오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여기 사람이였던가요?
구석 창가자리 푹신한 쇼파엔 사람들이 드문드문 차지하고 앉아
책을 읽고 있습니다.
탁자 하나에 네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사실..옆사람의 숨소리마저 들리니..
조금 불편한데 어떤 이는 고개를 젖히고 조는 이도 있습니다.
다행히 여인네 혼자 앉은 자리 맞은편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밖은 까만 어둠이 내리고
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소리는 더욱 세찹니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는 빗방울들의 율동이 현란합니다.
아름답네요..
자전거로 집에 갈 일이 약간 걱정이 되긴 하지만요..
뭐..그 때쯤이면 비가 잦아들지도 모르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근데..내 맞은편의 여자는 식구들 저녁 챙겨주러
안가도 되는가 봅니다.
나야..아이들 둘 다 캠프 떠나고..지금 자유부인인 상태니..
모르죠..저 여인네도 모처럼의 휴식같은 시간을
이리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는지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갈수록 세차게 뿌려댑니다.
집에 돌아오니 ..온 몸이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그냥 후련한 기분이 듭니다.
애써..마음을 정돈해 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따스한 샤워물줄기에 몸을 맡겨 봅니다.
그냥 마음이 개운히 씻기운 듯도 합니다.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말기 위하여..
캠프 간 딸들에게 문자를 넣으니..
제주도 간 큰 거는..
네 히~~오킹!
학교사물부 연수간 작은 거는..
웅 밥먹구머리감고자유시간이양~
달랑 이렇게 답이 오네요.
주절주절 ~할 말이 왜이리 많은지..
비 맞은 뭐 처럼..ㅎ~
지금 시각 03시 44분이네요.
이제 그만 자야할까 봐요.
굿 나잇~~그대..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