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공원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플라타너스 이파리를 보면..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떠오른다
♥
♬~~Yesterday once More - Carpenters
아마 중2 때였을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중2 국어 교과서에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수필이 한 편 실려 있었다.
그 수필 속에 플라타너스 나무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제목이 아름다웠고..
그 시절 플라타너스 나무를 알지 못했던 소녀는..
플라타너스라는 말이 무작정 좋았다.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감성이 참 아름답게 젖어들었던 순간으로 오래 남아..
나는 플라타너스 나무만 보면..
중 2 단발머리 소녀였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전학 간 그 학교..그 교정..2학년 5반 67번이던 나..
좁은 교실 70명이나 되던 우리반 친구들..
참 예쁘고 공부 잘 하고 마음결 고왔던 삼총사..
미옥이랑 현진이..부반장..
큰 키에 창백한 피부에 연한 갈색머리에
공부도 무용도 운동도 뭐 하나 못하는 게 없던 반장..
그리고 연이랑 내가 체조선수로 스카웃 되어왔듯이..
다른 학교에서 배구선수로 스카웃 되어왔던 키가 170 이 넘던 두 친구..
친절하고 상냥하던 무용 전공의 참 미인이시던 담임 선생님..
그러나 포악한 체육 선생님을 남편으로 둬서
결혼생활이 참 불행하다고..학교 안에 소문이 자자하던..
그래서인지 얼굴이 늘 그늘져있고 우울해 보이시던 선생님..
앞치마 두르고 머리수건 매고 요리를 배우던 가사 실습시간..
앞치마 두른 내모습이 새댁같이 곱다 해주던 친구들..
눈빛이 초롱하다고 나도 모르게 친구들 사이에선
초롱이란 별명으로 불리우던 그 시절..
체조선수였고 새로 전학을 왔고 공부도 곧잘 했던 나를..
선생님도 친구들도 참 예뻐해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복도나 운동장에서 마주치면 교장선생님은 나에게
엄지를 척 들어 최고라고 격려해주시곤 하셨다.
국어시간..
어린시절의 추억에 대한 글짓기를 했었는데..
난 아빠랑 고향 뒷산 우리 밭에 아빠 따라 갔다가
지게 사이에 몸이 끼인 이야기를 써서 발표했었다.
아빠 따라 가던 산길에 옹달샘이 있었고
커다란 잎사귀에 맑은 옹달샘물을 떠서 나에게 주시던
아빠와의 추억이야기..
그 이야기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할 때
내가 지게 사이에 끼인 대목에서 아이들이 박장대소 하며 웃던 기억..
글 참 잘 썼다며 칭찬해 주시던 국어선생님..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글 잘 쓰는 아이로 인식되어져..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담임선생님께선 나더러 대표로 국군위문편질 써오라 하셨고..
내가 쓴 편질 베껴쓰는 걸 허용하셨다.
물론 모든 친구들이 베껴쓴 건 아니였다.
그 시절 학교매점에 가장 인기있던 건..생라면 뿌셔먹기..
개구진 친구들은 용감하게도 수업시간에
책상서랍 밑에서 뿌신 라면을 뽀시락뽀시락 먹어대곤 했었다.
하나하나 또렷또렷 다 기억이 난다. 그 시절이..
나랑은 정말 맞지 않았던 체조선수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던 날들..
오전수업만 하고는 체육관으로 가서
밤 늦도록 모진 운동을 해야만 했던 악몽의 나날들..
내 인생 중 가장 힘들고 불행하다 느꼈던 그 시절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소소하게 그려낼 수 있는 행복하고 아름답던 순간들이..
추억들이 있었구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에서 문득..
오래된 갈빛추억 한 잎을 줍는다.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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