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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플라타너스 추억

by 벗 님 2015. 11. 24.

 

 

 

 

 

 

 

우리 동네 공원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플라타너스 이파리를 보면..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떠오른다

 

 

 

 

 

 

 

 

 

 

 

 

 

 

 

 

 

 

 

 

 

 

 

 

 

 

 

 

 

♬~~Yesterday once More - Carpenters

 

 

 

 

 

 

 

 

 

 

 

 

 

 

 

 

 

 

 

 

 

 

 

아마 중2 때였을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중2 국어 교과서에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수필이 한 편 실려 있었다.

그 수필 속에 플라타너스 나무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제목이 아름다웠고..

그 시절 플라타너스 나무를 알지 못했던 소녀는..

플라타너스라는 말이 무작정 좋았다.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감성이 참 아름답게 젖어들었던 순간으로 오래 남아..

나는 플라타너스 나무만 보면..

중 2 단발머리 소녀였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전학 간 그 학교..그 교정..2학년 5반 67번이던 나..

좁은 교실 70명이나 되던 우리반 친구들..

참 예쁘고 공부 잘 하고 마음결 고왔던 삼총사..

미옥이랑 현진이..부반장..

큰 키에 창백한 피부에 연한 갈색머리에

공부도 무용도 운동도 뭐 하나 못하는 게 없던 반장..

 

그리고 연이랑 내가 체조선수로 스카웃 되어왔듯이..

다른 학교에서 배구선수로 스카웃 되어왔던 키가 170 이 넘던 두 친구..

친절하고 상냥하던 무용 전공의 참 미인이시던 담임 선생님..

그러나 포악한 체육 선생님을 남편으로 둬서

결혼생활이 참 불행하다고..학교 안에 소문이 자자하던..

그래서인지 얼굴이 늘 그늘져있고 우울해 보이시던 선생님..

 

앞치마 두르고 머리수건 매고 요리를 배우던 가사 실습시간..

앞치마 두른 내모습이 새댁같이 곱다 해주던 친구들..

눈빛이 초롱하다고 나도 모르게 친구들 사이에선

초롱이란 별명으로 불리우던 그 시절..

체조선수였고 새로 전학을 왔고 공부도 곧잘 했던 나를..

선생님도 친구들도 참 예뻐해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복도나 운동장에서 마주치면 교장선생님은 나에게

엄지를 척 들어 최고라고 격려해주시곤 하셨다.

 

 

 

국어시간..

어린시절의 추억에 대한 글짓기를 했었는데..

난 아빠랑 고향 뒷산 우리 밭에 아빠 따라 갔다가

지게 사이에 몸이 끼인 이야기를 써서 발표했었다.

아빠 따라 가던 산길에 옹달샘이 있었고

커다란 잎사귀에 맑은 옹달샘물을 떠서 나에게 주시던

아빠와의 추억이야기..

 

그 이야기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할 때

내가 지게 사이에 끼인 대목에서 아이들이 박장대소 하며 웃던 기억..

글 참 잘 썼다며 칭찬해 주시던 국어선생님..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글 잘 쓰는 아이로 인식되어져..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담임선생님께선 나더러 대표로 국군위문편질 써오라 하셨고..

내가 쓴 편질 베껴쓰는 걸 허용하셨다.

물론 모든 친구들이 베껴쓴 건 아니였다.

 

그 시절 학교매점에 가장 인기있던 건..생라면 뿌셔먹기..

개구진 친구들은 용감하게도 수업시간에

책상서랍 밑에서 뿌신 라면을 뽀시락뽀시락 먹어대곤 했었다.

 

 

 

 

하나하나 또렷또렷 다 기억이 난다. 그 시절이..

 

나랑은 정말 맞지 않았던 체조선수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던 날들..

 

오전수업만 하고는 체육관으로 가서

 

밤 늦도록 모진 운동을 해야만 했던 악몽의 나날들..

 

내 인생 중 가장 힘들고 불행하다 느꼈던 그 시절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소소하게 그려낼 수 있는 행복하고 아름답던 순간들이..

 

추억들이 있었구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에서 문득..

 

오래된 갈빛추억 한 잎을 줍는다.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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