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망대에서
쏭이는 남자친구랑 문자하느라 여념없고..
우나는 장난스레 포즈를 취하는라 바쁘다.
♥
난 초등학교 때..
아침에 일어나면 무릎꿇고 두 손 간절히 맞잡고..
통일이되게 해 주세요.그렇게 소원을 빌곤 했었다.
아마 중학교때까지 그랬던 거 같다.
100미터 달리기하다 오지게 넘어져
무릎에 깊고 커다란 상처가 났는데도..
눈물 찔끔거리며 꿇어앉아 소원을 빌었으니..
왠지 소원을 빌 땐..
무릎을 꿇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기에..
여전히 문자 중인 쏭이..
그 남자애가 어디 있을까?
아마 두리번 찾고 있는 중인 듯..
요즘 한창 사춘기인 울 쏭이..
지나가는 남자애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엄마..저 오빠 괜찮은 거 같지 않아요?"
내 눈엔 영 별루인데..
지 또래거나 오빠뻘의 남자애들만 보면..
다 괜찮은 거 같다고 호들갑이다.
우나 초등학교 때..
해마다 6월이면 6.25에 관한 웅변대회가 있었다.
밤을 새워 내가 원고 쓰고..한 달 내내 연습시켜..
3학년 때부터는 학교대표로 늘 참가하던 웅변대회..
우리 우나..야무지고 카랑카랑하게 실수 없이 참 잘 했었는데..
그러나..나나 우나나 일 년에 서너번 있던 그 웅변 연습이 참 스트레스였었다.
중학교 때..장래에 무얼할까를 고민하기에..
아나운서를 적극 추천했더니 절대 싫단다.
웅변하면서 원고 외우는 거에 질려버렸다면서..
아나운서도 그렇게 원고를 외워야 하니 절대로 싫단다.
돌이켜보니..나의 과잉교육이 부른 부작용의 실례인 듯 하다.
그래서 울 쏭이는 하기 싫다 그러면 안 시켰다.
그런데..그 점이 외려 미안하기도 하다.
우나는 해마다 반장선거에 사전 연설준비까지 시켜 내보냈었는데..
쏭이는 반장선거에 나가라는 권유도 한 번 해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지가 손 번쩍 들어 나가서 이번에 부반장이 되었단다.
엄마 나 부반장 됐어..문자가 왔는데..
추카해..답문을 보내면서 쏭이에게 참 미안했다.
엄마가 미안해..쏭..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