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변덕스런 열일곱 계집애 마음처럼 오락가락 한다.
주말 동안 그리 따스하더니 다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한파가 올거라 한다.
아침마다 그날의 일기를 체크하고 등교하는 딸들에게 오늘날씨를 일러준다.
따시게 입어라..밤엔 더 춥단다..
오늘 저녁부터 추워져서 내일은 영하로 급강하 한다고 일렀는데도..
우나는 괜찮다며 짚업후드만 달랑 입고 첫수업이 있어 새벽같이 나갔다.
그런 날엔 달달 떨고 있을 딸 생각에 종일 내 맘이 편치않다.
반면 쏭이는
"엄마, 오늘 날씨 어때?"
"저녁부터 추울거래.."
"그래? 그럼 패딩 입고 갈래.."
교복만 입고 나서다가 패딩을 챙겨 입고 나간다.
한 뱃속에서 나왔지만 참 다른 두 딸..
♥
♬~~
Going Home-김윤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체리에 대한 추억 때문인지..
우나는 반려견이나 길냥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매일 저녁마다 귀갓길에 빌라 사는 길냥이들이랑 놀다 오는 우나..
그래서인지 우리 우나가 나타나면 슬그머니 나타나는 녀석들..
휴일의 하루..
외식한 후에 디저트로 아이스케키 하나씩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지나가면 슬금 눈치를 보거나 경계를 하는 길냥이가
우나를 보더니 곁에 다가와 다리에 부비부비를 하며 애교를 떤다.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는 쏭이는 가까이 가진 못하고..
우나는 그런 길냥이를 어루고 예뻐해 준다.
한갖 미물인 고양이도 지 이뻐해 주는 건 알고 따른다.
저놈이 어미인데 새끼 세 마리를 낳아 살뜰히 잘 키우더니만..
쏭이의 전언에 의하면 큰 놈 두 마리는 독립을 시킨 모양이란다.
어느 날 보니 지 새끼들에게 카르릉 거리며 곁에 못 오게 하고 쫓아내더란다.
그 후 다른 새끼 두 마리는 보이질 않고..
제일 약하고 작은 새끼만 어미가 카르릉 거리며 쫓아보내려고 해도..
졸졸 어미 뒤만 쫓아다니고 있는 중이란다.
늘 네 놈이 옹기종기 모여 다니더만 이젠 저 어미랑 새끼 한 마리만 남았다.
왜 그랬을까?
지 새끼들 끝까지 옆에 끼고 알콩달콩 살면 되지..
왜 억지로 떼어내었을까?
그것이 길냥이들의 습성일까?
혼자 곰곰 생각해 보니..
사람의 자식들도 성인이 되면 몸도 마음도 정신도 독립해서 자기의 길을 가듯이..
더구나 팍팍하기 그지 없는 길냥이들의 삶에 있어..
독립해서 스스로 살아가는 강인함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저 길냥이 어미도 그걸 알아..
일찌감치 지 새끼들이 자기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독립심을 키워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날카롭게 새끼들을 지 품에서 떼어내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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