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친정에서 2박 3일 유하고..시골 어머님댁으로 왔다.
아버님 가시고 휑해진 마당..
저기 넝쿨처럼 우거진 것은 오미자라고 한다.
오미자 넝쿨 바로 아래에는 고구마를 심으셨단다.
마당 가운데에 떠억하니 놓여진 배나무 세그루..
효자 아들들이 가지치기를 단정히 해놓았다.
♥
지지배..여튼..#$$$%%
우나가 엊저녁 월이가 선물로 준 레깅스 두 벌을
주야네 집에 그냥 두고 와서 다시 밀양 홍주네 집으로 왔다.
시골로 바로 가지 못하고 빙 둘러 간다고
내남자가 퉁퉁거린다.
추운 겨울날 ..
아버님은 새벽같이 아궁이불을 지피시고 ..
저기 저 커다란 솥에다 뜨거운 물을 설설 끓이셨다.
오들오돌 떨면서 저 솥의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섞어
우리는 우물가에서 아침세수를 했었다.
그때는 그게 고역이였었다.
에이는 겨울날에..우물가에서 세수하고 설거지하고..
어머님은 추우니 설거지는 놓아 두고 그냥 들어가라 하셨지만..
며느리 된 입장에서 그럴 수는 도저히 없었고..
나는 어쩌다 시댁에서 지내는 겨울이 몹시도 싫었다.
그러나 이제는 효자 아들들이 아담하고 단정한 현대식 집을 지어주었고..
우물도 메워져 사라져 버렸고..
아침마다 며느리들 따시게 세수하라고 뜨거운 물 설설 끓여주시던 아버님도..
먼길 가셨고..
시리고 에이던 그 겨울날의 마당에서의 세수도 설거지도 ..
다 옛일이 되었다.
아들들이 현대식 집을 지어 주었지만..
생전에 아버님께선 늘 이 사랑채에서만 주무셨다.
단 한 번도 새로 지은 안채에서는 주무시지 않은 걸로 안다.
어머님께서도 겨울엔 기름값 아깝다시며
이 사랑채에서 군불을 때우시며 지내신다.
문 앞에 잔뜩 쌓여있는 장작더미..
![](https://blog.kakaocdn.net/dn/clCuYE/btrNlR8OjHq/5xUComwHmFvrEGTKsAR9L1/img.jpg)
나는 또 낮잠 삼매경..
여독 탓인지..시댁에만 오면 나는 맥을 못 추고 오수에 빠져든다.
내남자가 빨랫감 세탁기에 넣는 거 보고는 누웠더랬는데..까무룩~
문득..잠 깨어" 아참?? 빨래 널어야지.."
마당에 나가보니..어느새 빨래는 빨랫줄에서 너풀너풀거리고 있다.
불량며느리가 눈치없이 낮잠에 빠져 있는 동안에..
연로하신 어머님이랑 어머님께는 금쪽같은 아드님이신 내남자가..
마당에 빨래를 널었던 모양이다.
- 벗 님 -
마당 한쪽에 텃밭을 이굴어 상추며 고추며 뚝뚝 따서 시원한 물에 씻어
텃마루에 걸쳐앉아 입이 터질정도로 쌈을 싸서 먹고싶은..ㅎ..제 꿈은 그렇는데...
이렇게 사람많고 공기 안좋은곳에 살고있으니..
전 왜 저 장작만 봐도 이리 좋을까요?
아마도 전 전생에 시골 아낙이였을듯..ㅎ
♬~~ 반도의 별-박양희 박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