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던..
그런 날들이 있었다.
읽을 책만 있으면..책을 읽고 있으면..
가장 푸근하고 행복했던 시절..
별빛 초롱한 깊은 새벽녘이면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를 썼었고..
그렇게 손글씨로 써내려간 일기장들은 내게 보물 1호였었다.
그러나 작금의 날들에..
나는 책을 읽지 않는 날이 허다하다.
아니 책을 읽는 날이 아주 드물다.
그래서인지 내 사고란 것이 얕아지고 엉성해져
후우~불면 폴폴~ 날아갈 듯이 가비얍다.
모처럼..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도서관엘 나왔다.
♥
취생몽사 -박정대
바람이 없으니 불꽃이 고요하네
살아서는 못 가는 곳을 불꽃들이 가려 하고
있네, 나도 자꾸만 따라가려 하고 있네
꽃향기에 취한 밤, 꽃들의 음악이 비통하네
그대와 나 함께 부르려 했던 노래들이 모두
비통하네, 처음부터 음악은 없었던 것이었는데
꿈속에서 노래로 나 그대를 만나려 했네
어디에도 없는 그대, 어디에도 없는 생
취해서 살아야 한다면 꿈속에서 죽으리
♬~~
비탈리의 샤콘느((Vitali: Chaconne)..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도서관 제일 구석진 자리 창가에 앉았다.
신발을 벗고 창틀 난간에 발을 올리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는다.
박정대의 시집과 도종환의 수필집을 읽는다.
이어폰에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른다.
맞은편 창밖으론 국립암센타 건물이 보인다.
현숙언니 어머니께서 얼마 전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인아씨 아버님도 몇 년 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주변에 암으로 투병 중이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참 많다.
작년 나랑 동갑이던 그녀 남편의 돌연사 소식은 충격이였다.
초등 동창의 부고소식 또한 하루종일 사람을 멍하게 만들었다.
죽음..
나와는 관계없고 멀고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우수수~~
꽃잎처럼 허무이 져버린 가여운 영혼들 생각에
가슴 너무 아픈 날들..
나는 도서관 한 귀퉁이 구석진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가여운 어린 넋들 생각에 눈물 지으며..
멀리로 보이는 암센타 건물을 허무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뼈만 앙상히 말라 투병하시던 울아빠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온다.
- 벗 님 -
'♥나눔 > 문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동안 멋지게 (0) | 2014.06.25 |
---|---|
체 게바라를 읽다 (0) | 2014.05.29 |
영화 <하늘이 준 딸>의 대사 中 (0) | 2013.03.16 |
버드나무 정원-예이츠 (0) | 2013.02.21 |
영화보고 왔다. 스텝업 4 (0) | 2012.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