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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가족 이야기

아빠, 또 올게요.

by 벗 님 2014. 4. 12.

 

 

 

 

 

율이랑 담이가 조막손으로 캐어낸 칡뿌리를 다듬고 있는

세째제부랑 울엄마..

 

칡뿌리가 무척 실해 톱으로 자르니 뽀얀 즙이 베어나온다.

저 칡뿌리도 울엄마 손에서 딸들이랑 사위들에게 줄 보약이 될 것이다.

 

지난 가을 주야네가 사온 동백나무에는

빠알간 꽃망울이 터질듯이 맺혀있다.

" 엄마, 아빤 생전에 무슨 꽃을 좋아하셨지?"

" 글쎄.."

 

나도 울아빠가 무슨 꽃을 좋아하셨는지는 기억에 없다.

다만 난을 취미로 기르셨고 젊어서부터 수석을 모으셨다.

여리고 감성이 풍부하셨던 울아빠..

그러고 보면..내가 울아빠를 참 많이 닮았다.

 

 

 

 

 

 

 

 

 

 

 

 

 

 

 

 

 

 

 

 

 

 

 

 

 

 

 

아빠산소를 둘러 철쭉이랑 매화나무 동백나무를 심고..

새벽같이 출발 하느라 허기진 우리들은 즉석에서 만든 김밥이랑 ..

엄마가 만드신 두루치기랑 동생들이 만들어 온 찬으로 맛난 식사를 한다.

 

랑이가 사온 언양미나리가 너무 향긋하고 싱싱해서 인기였고..

주야네 시어머님이 만들어주신 파김치가 입맛을 더욱 돋구었다.

 

 

 

 

 

 

 

 

 

언제나 예쁘고 다정한 울 맏엄마(큰엄마) 무덤..

 

큰집 식구들은 어제 식목일에 미리 다녀갔다고 한다.

 

 

 

 

 

 

 

큰할매 무덤..

 

 

어릴적 내겐 큰할매 작은할매..그렇게 두 분의 할머니가 계셨다.

증조 할머니는 자그마하셔서 작은할매..

나의 할머니는 키가 크고 덩치도 크셔서 큰할매..

어린 내가 두 할머니를 그렇게 불렀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아무래도 큰집 오빠랑 의논해서 큰할매 무덤을 손 보아야할 것 같다.

여기 올 적마다..자꾸 봉분이 낮아지는 큰 할매의 무덤이 마음에 밟힌다.

 

 

 

 

 

 

 

 

 

 

 

 

 

 

 

 

 

 

 

 

 

23명 우리 가족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빠지면 무척 서운해 하시던 울아빠..

오늘 고등학생인 쏭이랑 혜윤이 그리고 시험기간인 우나..

이렇게 세 명이 빠졌다.

그리고 아버님 산소에 잔디 심으러 간 맏사위인 내남자도..

엄마는 아빠가 조금 서운해 하실지도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빠. 그래도 이렇게 다들 오니까 좋으시죠?"

 

 

 

일찍 온 덕분에 시간이 여유로운 우리는..

여기까지 온 김에 산 하나 넘으면 있는 엄마네 고향에도 들러보기로 한다.

 

동생네 식구들이 다 산을 내려 간 후에도..

엄마랑 나는 아빠무덤곁에서 좀 더 오래 남아 아빠께 작별인사를 한다.

 

파릇이 돋아나는 무덤 위의 잔디를 쓰다듬으며..

잘 계시라고..바로 아래 고향마을이 보이고..

곁에는 생전에 아빠가 제일 좋아하셨던 큰엄마랑 큰할매도 계시고..

 

"엄마, 아빠 외롭진 않으실 거야..그치?"

 

그렇게 엄마를 위로해 드린다.

 

 

 

 

 

 

 

 

 

 

 

 

 

 ♬~`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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