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11월30일)..
속리산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설산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남자가..
속리산 종주를 하자 한다.
해서..우리 둘이는 하루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 속리산으로 출발한다.
제발 옆에서 졸지말라는 내남자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는 내내..나는 또 쥐약 먹은 병아리 마냥 꿈뻑꿈뻑~~
♥
속리산 아래 허름한 모텔에다 여장을 풀고..
우리 둘이는 파전에 막걸리 한 잔으로 잠을 청한다.
다음날 이른 새벽..
아직은 먼동이 터기 전에 산행준비를 해서..
아직 문을 열지 않는 식당문을 두드려..
능이버섯국으로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속리산을 향해 출발한다.
어느새 산 너머로 희끄무레한 먼동이 터오고 있다.
애초에 우리 계획은
속리산 봉우리를 모두 정복?하려는 계획이였는데..
우리가 가려했던 묘봉은 산행이 불가하다고 한다.
해서..다음과 같이 종주코스를 수정한다.
법주사 ->문장대 ->문수봉 ->비로봉 -> 천왕봉 ->법주사
폭설이라도 내렸던가 보았다.
법주사 아래 초입부터 눈이 폭폭 쌓여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아이젠과 스패치를 착용하고 출발한다.
조금 이른 새벽이여서일까..
저 앞에 가는 남자 두 분 말고는 산객이 보이질 않는다.
그렇게 저 남자분들과 앞서거니 뒤서기니 하며 산을 오른다.
문장대 가는 코스와 천왕봉 가는 코스의 갈림길에..
세심정이라는 휴게소가 있었다.
내 또래쯤의 주인여자가 손님맞을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세심정의 풍경이 참 정겨웠다.
가방을 내려두고 여기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기로 한다.
세심정에서 바라보는 설경이 기가 막히다.
<이뭣고다리>..푸훗~
이 다리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다리 이름이 특이해 나는 웃음이 났다.
저 위로 복천암이라는 암자가 보이고..
스님이 자동차 위에 쌓인 눈을 쓸고 계셨다.
스님과 자동차..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은 어쩔 수가 없다.
용바위골휴게소..
주인장의 성품이 엿보이는 깔끔하게 정돈된 휴게소..
그 앞의 장독대 풍경이 소담스럽다.
싹싹한 주인여자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내남자가 막걸리 한 잔을 주문한다.
그렇게 막걸리 한 잔을 나눠마시고..
우리는 음주산행을 한다.
보현재휴게소..
속리산엔 산길 중간중간마다 아담한 휴게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할딱고개를 오르니..
저 위에서 주인남자가 미리부터 인사를 하며 우리를 반긴다.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젊은 주인남자가 싹싹하니..인상적이다.
냉천휴게소..
그렇게 산길을 한참 오르다 보니..또 휴게소 하나가 나타난다.
그런데 입구에 이런 안내글이 쓰여있었다.
<주문을 하신 후에 자리에 앉으세요??>
정확하진 않지만..그런 류의 문구였다.
순간..나는 그 휴게소를 빨리 지나쳐가고 싶었다.
뭐야? 음식을 사먹지 않을거면 여기서 쉬어가지도 말라는거야?
나는 그렇게 해석이 되어..기분이 별로였다.
막걸리 한 사발의 기운 탓일까..
내남자가 자꾸 뒤처진다.
이제는 담배도 끊고 그간 밤운동도 꾸준히 해서..
내 체력을 간간히 비꼴만큼 자신감에 차있더니..
'뭐야? 나보다 뒤처지면서..맨날 잘난 체 하구..'
드디어 시리도록 청청한 하늘이 보이고
우리의 첫 목적지인 문장대가 가까워 온다.
문장대 아래 너른 벌판 같은 곳..
오르는 내내 한적하고 호젓했었는데..
알록달록한 등산복차림의 사람들 무리를 만나니 반가웠다.
사실..이곳이 문장대인가? 했었는데..
이곳에서 약간 더 좌측으로 올라가야 했다.
문장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였다.
문장대에서 바라본 절경..
'그래..이거야..'
'이 맛에 산을 오르는 거야..'
우리 둘이는 서로서로 인증샷을 찍어준다.
내남자..
사진 찍는 것도..찍히는 것도..
그리 질색을 하더니..
이젠..
내 사진도 찍어주고..
포즈도 취해준다.
변했네..^^*
♬~~
나, 어떡해요.
숨이 멎을 것 같아..
그대에게 빠져버렸어요.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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