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스무살 이야기

이별을 생각한다

by 벗 님 2013. 12. 1.

 

 

 

87년 8월 3일. 맑음

 

 

 

바보스런 일들..

 

우리 만남에 '헤어짐'이란 정녕 있을 수 없도록 하고싶어 했던..

 

소녀적의 순수한 갈망 하나로 지금 우린 여기까지 함께 와있구나!

 

그러나 그러한 순수한 갈망을 잃어버린 지금..

 

어디까지 우린 함께 할 수가 있을까?

 

 

 

 

 

 

 

1072

 

 

 

 

이별을 생각한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하던 너의 말을 생각한다.

이별없는 만남을 만들겠다고 자만했던 나를 기억해본다.

 

그렇다. 자만이였던 게다.

 

무지무지 서러울 것 같다. 떠나버린다면..

내겐 결코 먼저 돌아설 만큼의 용기도 냉정도 없다.

어떻게 너를 두고 내가 떠나버릴 수가 있을까?

진정 사랑이 아니였다 해도..

나는 너를 떠나버릴 순 도저히 없다.

 

 

 

 

 

 

 

 

 

 

묻고싶은 말들이 많다.

넌 나를 사랑했을까?

나는 너를 사랑했을까?

 

모르겠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지금도 내 감정에 그다지 변화나 성숙은 없는 것 같다.

널 사랑한다고..분명하게 말할 순 없다.

단지..우린 사랑 이전에 정이 들었던 것 같다.

 

 

 

 

 

 

 

 

 

만남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고 충실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사랑신조였기에..

우린 여기까지 함께 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난 이미 오래전에..

너가 첫사랑 순이얘기를 들려주었을 때..너를 멀리 했을 것이다.

 

 

내가 끝까지  아무런 동요도 없이 너를 대할 수 있었던 것도..

너가 결국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나는 어떠하더냐?

그냥 언제나처럼 너를 대하지 않았느냐?

순이를 만나고 왔을 때도..

나는 그냥 그렇게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질투도,,원망도,,분노도,,나는 느끼질 아니하였다.

 

 

 

 

 

 

 

 

 

 

<동시에 두 사랑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도..

기쁨이니..환희따위는 없었다.

 

무감각하게 전해져 오던..그날의 그 언어의 파편..

왜 그랬을까?

오로지 내가 느낀 것은 사랑에 대한 배반과 그로 인한 아픔뿐..

 

그것은 사랑에 대한 배반이 아니라..언어에 대한 배반이였다.

<사랑한다>하던.. 그 말에 대한 배반..

 

 

그외엔 아무것도 아니였다.

 

 

 

<중략>

 

 

 

 

 

 

- 스무살 일기 中 -

 

 

'♥추억 > 스무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망하다. 사랑이..2  (0) 2013.12.08
허망하다. 사랑이..1  (0) 2013.12.07
진정 사랑이였을까?  (0) 2013.11.24
그냥 사랑하자  (0) 2013.10.27
만남..너의 의미는?  (0) 201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