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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포임/♣추억한다는 거

교내 시화전

by 벗 님 2013. 11. 9.

 

 

 

1985년 10월 20일..

 

 

 

 

 

 

 

대입 학력고사가 딱 한 달 남은 시점..

학교에서는 교내시화전을 연다고 한다.

 

고교시절 동안..한 번도 시화전에 출품한 적이 없었던 난..

그래도 고교 마지막 시절..추억처럼 남기고 싶어..

 

태어나 처음으로 詩라는 것을 끄적였었다.

지금 다시 보니..유치찬란하여..낯이 붉어진다.

 

 

 

 

 

 

 

 

 

 

 

 

아카시아     -3년 문○숙-

 

                           

 

 

 

슬프지 않아서 아름다운 날

 

아카시아 내음 싱싱하던 벤치

 

넌, 하아얀 위로로

 

촉촉히 젖은 나를 포옹했었지.

 

 

 

철없는 아카시아 향기를 먹으며

 

별빛처럼 나누었던 무언의 대화

 

꽃잎보다 순결한 입술로

 

슬퍼도 울지 않겠다는 아카시아

 

 

 

그러나, 서러운 계절이 올 즈음

 

눈동자 가득 안개는 내리고

 

아카시아는,

 

잃어버린 추억에 흐느끼고 있었다.

 

 

 

 

 

 

 

 

 

 

 

 

 

 

 

 

아래 작품..온산별곡..은

 

고3 담임선생님이셨던 이종대 선생님의 작품..

국어과 담당이셨고 군제대를 하고 바로 우리 여고로 발령을 받아오셨었다.

훤칠하시고 금테안경 너머의 눈빛은 엄청 지적이셨으며..

오른쪽 어깨가 살짝 처지셨는데..약간 삐닥한 뒷모습마저..

멋있기 그지 없어보였었던..

 

우리 여학생들의 로망이자 소녀들의 테리우스였던 선생님..

수업시간이면 늘 윤동주의 시를 읊어 주시고..

간혹은..멜랑꼬리한 팝송도 불러주셨는데..

 

사이먼 앤 가펑글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교실 창가에 서서 이 노래를 불러 주시던 장면은..두고두고 잊히지가 않았다.

 

 

 

 

 

 

♬~~

 

Bridge Over Troubled Water- Simon&Garfunkel...

 

 

그대 지치고 서러울 때
두 눈에 어린 눈물 씻어주리라, 아

고난이 와도, 오 물리치리라
외로운 그대 위해
험한 세상의 다리되어 그대 지키리
험한 세상의 다리되어 그대 지키리

그대 괴롭고 외로울 때
그대 지친 영혼 위로하리라, 아

재난이 와도, 오 물리치리라
외로운 그대 위해
험한 세상의 다리되어 그대 지키리
험한 세상의 다리되어 그대 지키리

 

 

 

 

 

 

 

 

 

 

 

온산별곡  - 이종대-

 

 

 

 

1.

 

그대, 이런 말 들어 보았오? 인생은 끝없이 펼쳐진 풀밭이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네 개의 벽이 있는 공간

이라고 말이요. 인생을 제발 쉽게 생각하지 말아요. 아무도

그럴 자격이 없다구 감상적이고 공리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다만

피냄새사 풋풋 풍기는 그 실체로 생각해 달라는 거요.

 

 

 

 

 

2,

 

흔들리며 흔들리며

버스를 탄다.

하늘이 조금씩 지워지고

빗줄기에 감겨 바람이 운다.

바다가 떠오른다.

어둠의 반란이 잦아지고

안개의 섬

꽂히는 일월의 정수리

 

 

시작도 끝도 없이 치달리는

기쁘지도 않는 하루들이

날마다 반복되고

돌아선 교회의 첨탑에는

거룻배들의 자유를 위해

오늘도 배고픈 헌금이 걸리고 있다.

 

 

손 닿을 듯 다가선 먹빛 하늘

마른 풀잎 서걱이고

무서움도 없이

세월에 부신

한 마리 목마른 새가 난다.

 

 

정녕 이 새벽을 위하여

꽃그늘에 가려진 여윈 손발을

어디선가 하얗게

삼동을 등진 모국어로

합창을 하며 떨리고 있는데

 

 

미지의 바다

새벽은 열리고

그대, 오며가며 계절인 것을

더러는 남아있고

더러는 사라지는 아픔인 것을,

 

 

 

 

 

 

 

 

 

선생님의 詩..마지막 구절..은 내 블로그의 메인 글이기도 하다.

 

 

그대, 오며가며 계절인 것을

 

더러는 남아있고

 

더러는 사라지는 아픔인 것을,

 

 

 

 

 

-고 3 수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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