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담장 아래 기댄 듯이 피어 있는 풀꽃을 보면..
나는 자주 그 앞에 쪼그려 앉는다.
살고자 하는 강인한 생명에의 의지가 느껴져..
왠지 애처럽고 대견해 보이는..
86년 6월 23일.화 맑음
어제는 꼬박 밤을 새웠다.
단 1초의 졸음도 없이..그렇게 흐르는 시간은 언제나 깨달음을 한옴큼 가져다 준다.
책을 읽으면서..그 안에 있는 교훈이나 아름다운 언어의 조각을 소중하게 주워 담느라
희뿌연 새벽의 여명마저 감지하지 못하고..나는 하룻밤을 살뜰히도 새워버렸다.
단 1초의 순간..
넌 바로 내 생명의 그 근원인 것이다.
생각을 넓고 크고 깊게 하고..知를 열렬히 사랑한다.
知 !
메마른 마음에 촉촉히 스며오는 그 무엇..환희..
너를 조금씩 알게 된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너를 완전히 안다는 것은 완벽한 허무가 되고 말겠지만..
아마 아무도 너를 그렇게 속속들이 알아낼 수는 없을거야.
하나씩 둘씩 세상을 느끼고 그러한 느낌들 속에서 짙은 아픔이 베여들면..
知 !
너는 그러한 아픔조차 말갛게 정화시키는 힘을 내게 주고 있다.
사람들에게서 허무와 냉담..배반감마저 감지했을 때에도..
知 !
너는 차라리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음을 가르쳐 주었다.
知 !
나는 지금 네게서 단 한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는 것은 어떠해야하는지를 배우고자 한다.
아니..그보다도 최소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知 !
너는 분명 나에게 단 하나..유일의 의미이다.
그러나 그 단 하나..유일의 의미를 나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신과 나와 벗님..그리고 知..
어서빨리 단 하나..유일의 의미를 찾고 싶다.
소녀적 나의 전부였던 벗님..
대학에서 알게 된 知..어느날 몹시도 갈망하게 된 知..
그리고 아직도 미지의 세계인 하느님..
그리고 나..나는 나이기에 소중하다.
이들 모두가 어떤 절대적 의미의 그 무엇으로 결합되어 하나가 되어진다면 ..
내겐 선택의 자유는 있으나 권리는 없다.
내 인생길의 영원한 반려자..고난의 수호신..내가 마지막으로 절망할 때 한가닥 빛..
무얼까? 무엇이여야 하나?
어느 것 하나 잃고싶지 않지만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그런데 나는 오직 하나인 그것을 알지 못한다,
- 스무살 일기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