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0 월 3일 .금. 맑음
아침 햇살이 봄날보다 감미롭게 내 몸을 휘어 감는다.
들판의 초록들은 변덕쟁이들이다.
그러나 밉지않다.
어느새 초록은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 또한 변모해감을 반항해보지만 부질없는 몸부림이 되고 만다.
들국화를 보았다.
한참이나 보고있으려니 자욱한 안개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뜨거운 그 무엇이 내 두 뺨 위에서 흐느낀다.
따스했다.
내 마음이 울고 있어 차라리 포근했다.
아..얼마나 어리석은 고집쟁이 아이였나..
왜 그리 하나만의 이기심으로 세상을 냉소할 수 있었는지..
이제금 거둬들이려니 꼭 나를 잃어버리는 듯한 허전함이 언습해온다.
그리고 그러한 이기심과 고집 없인 살아갈 수도 없을 것만 같다.
벗님을 만나고 싶다.
그러면 모든 게 다 잘 될거란 어렴풋한 희망이 샘솟는다.
언제나 내겐 네가 삶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너를 부르며 외로와 했고 울어버렸고 미치도록 그리워했다.
너무나 보고파서 감히 만나볼 수도 없는 넌..
바로 나의 이상이였고 꿈이였고 사랑이였다.
그리고 고백한다.
나의 벗님은 너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영원히 너는 나의 벗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고백한다.
들국화의 소박함과 순수함에 내 안에 있던 모든 죄악과 추함..두려움이 정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결코 지워지지 않는..지울 수도 없는 어리섞음과 철없음이 낳은 죄가 내 안에서 머물고 있다.
떨쳐버리려 ..지워버리려 내 머리는 뒤죽박죽인 채로 정리를 하느라 고심하였고,
내 두 눈은 두려움과 원망과 죄책감에 어려 맑지 못하고 흐려져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갈갈이 흩어진 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디론가..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그런 곳으로 떠나고 싶다.
그래서 자연의 순순함에 흠뻑 젖어 그 속에서 잃어버린 내 순수와 진실을 찾고 싶다.
어쩌면 이미 치유될 수 없을만치 더렵혀졌다 할지라도 ..
아, 그것없이는 내가 살 수 없는 것을..
.
.
.
이 짙어오는 괴로움의 채색을 어찌 무색으로 지워버릴 수 있단 말인가!
- 스무살 일기 中-
'Stellar Silence - Fariborz La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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