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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모놀로그/☎독백1

내 나이 마흔 여섯 그 말미

by 벗 님 2012. 10. 20.

 2012년 10월 20일 오후 09:30

 

 

 

 

 

 

 

 


어젠.. 술 한 잔을 했습니다.
술은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거라던 누군가의 말을 새기며..
취하기 위해 마셔보자..작정하고 마셨더랬습니다.


세 잔? 네 잔?
빈 속에 급히 마셨던 걸까요?
꼴랑 서 너잔의 소줏잔에 속은 비틀리고..

나는 밖으로 나와 어느 집 울타리 아래 철퍽 주저앉았습니다.
'이리 괴로운 걸 왜 마시나?'

담엔 마시지 말아야겠단 후회만 밀려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차가운 횟감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

꼭 이리 구토와 배앓이가 찾아왔던 거 같습니다.
저번 낙산바닷가에서도 꼭 이랬었는데..

내남자가 두리번 나를 찾다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줍니다.
내민 손이 따스합니다.
마음이 조금 따스해지는 듯도 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압니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라는 걸..
그동안 나는 다른 인생에 편승한 채..

그저 흘러왔던 겁니다.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깨달아갑니다.
사랑..참 허울 좋은 이름이였단 걸..
흘러가겠지요.
어디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흘러가겠지요.
나는 또 물결따라 일렁이겠지요.

사랑으로 번민했고 아팠고..
사랑으로 천상의 행복을 아주 잠시 맛본 적도 있었고..
사랑으로 절망과 나락 사이를 헤맨 적도 여러번이였지요.

사랑은 청춘의 특권인 줄로만 알았던

순진한 시절도 있었지요.
부부란 습관처럼 사랑하고 사는 거라

덤덤히 인정하고 산 세월도 있었지요.
그러고보니 미워한 날들도 많았네요.
그러고보니 악에 바친 날들도 더러 있었네요.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지금 내게 우선 순위는 사랑보다 삶입니다.
그러나 사랑없이 사는 거란

죽음만큼이나 캄캄할 거 같습니다.

진정 하고픈 말은 아껴두렵니다.
내 마음 다 들키고 사는 거..

그런 어리섞음 되풀이 하진 않으렵니다.

내 나이 마흔 여섯 그 말미..


나는 여전히 삶을 찬미합니다.
나는 여전히 사랑을 사랑합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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