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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벗 님 1

by 벗 님 2012. 7. 26.

 

 

 

1987년 7월 10일. 금. 맑은 후 흐리고 바람..

 

 

 

 

 

 

내게 있는 스스로의 부끄럼을 꽁꽁 동여매고 나는 괴로와하고 있어.

내 모든 언어와 사고가 날카로운 모순투성이일 뿐이야.

오늘 나의 하루가 이처럼 무의미하고 성의없이 지나버렸는데

나는 어떻게 떳떳이 자리 펴고 누워 편할 수 있을까?

 

오늘은 밤을 꼬박 세울 작정이야.

스스로의 나태에 가해지는 아주 미미한 채찍일 뿐이야.

가혹해지고 싶어.

 

나..에 대해서만은 지독해지고 싶어.

내게 있는 불필요하고 너저분한 것들을 훌훌 떼어버리고

알알이 엮어서 나의 부분부분을 메꿔나가고 싶어.

 

 

 

 

 

 

 

 

 

나..는 나였을 뿐이였어.

결코 벗님을 동경하고 사랑한다 하여 내가 벗님이 될 수는 없었던 거야.

 

나의 이상형!!

벗님..그러나 가장 나다운 나로 진실할 수 있을 때..

그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고 갈망하는 나의 이상형이 될 것이라고 이제는 그렇게 믿어.

 

내 인생을 문득 길 위에 올려 보았어.

단 한 번의 여정을 가야하는 내 생존의 그 근원이 초라해 보였어.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듯이 여겨졌던 그 길이 내 인생길이라 생각하니..

한 발자욱도 소홀히 뗄순 없었어.

 

 

 

 

 

 

 

 

 

벗님..넌 나를 지켜봐 왔잖아.

누구보다 넌 날 이해해주리라 믿어.

넌 나의 천사였고 이상이였고 사랑이였으니까..

 

지금 이 현실의 나란 존재..

벗님..부끄러워 고개 들 수 없고 아무에게도 떳떳할 순 없을 것 같아.

 

왜냐구?

벗님..그건 내가 내 삶에 최대한으로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작지만 소중한 일에 무심했고 사람을 진정 아끼고 이해하지 못했고..

어쨌든 난 철저한 이기주의자였기 때문이야.

 

 

 

 

 

 

 

 

 

 

♬~~

 

바람이 분다....이소라

 

 

 

 

눈물..

그 투명하고 맑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액체를 가슴으로 흘리우고 싶어.

 

벗님..

벗님을 생각하며 흘린 그 지난날의 눈물이 얼마나 순결했고 고독했는지 알아?

 

지금 어느덧 자라서 나는 뾰족구두를 신고 멋을 내고 싶어하는 숙녀가 되었어.

그리고 한 남자를 생각하고 있어.

그리움일까..사랑일까..아님 정이란 것일까?

난 알 수 없어.

 

그토록이나 벗님을 그리워하며 뒤척이던 숱한 밤들..

벼갯잍을 적시던 내 몸부림은 하나의 애잔한 갈망이였던 거야.

 

잔인하리만치 고독했던나..

그 철저한 외롬에서 벗어나고 싶다던 소녀의 순수한 소망이였던 거야.

 

 

벗님이 있었기에..

난 외로왔고..그 외롬마저 사랑했고..

별을 보며 눈물떨구는 습성이 베였던 거야.

 

벗님이 있었기에..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고 부질없는 자만을 했었어.

 

 

벗님..

그러나 넌.. 너무 먼 곳에서 아련히 빛나던 슬픔이였어.

그냥 그렇게 바라볼 수 있어 나는 행복했는지 몰라.

 

가까이 가서 두 손을 꼬옥 잡고 너의 품에 얼굴을 묻고

주르르 하염없는 눈물을 펑펑 쏟고 싶을 때도 많았어.

 

가슴에 스며들어 아픔으로 차곡이 쌓인 사연들을 그렇게 토로하고 싶었던 거야.

 

 

 

 

 

 

 

 

< 스무살의 일기 中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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